중노위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 제공···쏘카 해고 통지도 위법해” 판단
쏘카 불복한 행정소송, 두 사례 함께 심리···이재웅·박재욱 형사재판 영향 주목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의 드라이버는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자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이 행정소송으로 이어진 가운데, 유사 사례가 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드라이버의 ‘근로자성’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타다 운영사 브이씨앤씨(VCNC) 박재욱 대표(쏘카 대표 겸직)의 형사재판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다.
중노위는 지난 2월 타다 드라이버로 일한 A씨가 쏘카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위원장 공익위원 김교숙)에서 ‘타다’ 드라이버는 근로자라며 A씨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19일 뒤늦게 확인됐다.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하고, 타다의 계약 해지 통보가 위법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지난해 5월 중노위가 타다 드라이버 곽아무개씨에 대한 부당해고를 인정한 결정(위원장 공익위원 이승섭)은 다수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지만 A씨의 사례가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노위는 A씨와 곽씨 두 사례에서 이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밝혔다.
쏘카가 사용자로서 근로자에게 배차 및 운행과정을 지시한 점, 복장규정와 고객 응대어를 정해주고 위반할 경우 경고 또는 대면교육을 받도록 한 점, 근로자가 근무 장소와 시간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점 등이 그 근거가 됐다. 중노위는 또 이들이 시간급에 운행시간을 곱한 금액을 보수로 받고, 타다 앱을 통해 배정된 고객 외에 다른 고객을 유치해 수익을 창출할 수 없었던 점 등도 결정에 참고했다.
쏘카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중노위는 “쏘카가 타다 서비스의 실질적 운영자로서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한 사용자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쏘카가 타다 앱을 통해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하면서 근로자를 운전기사로 사용한 점, 운전기사에게 쏘카의 기업 조직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운전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게 한 점, 쏘카가 운전기사의 근로시간과 시간당 임금 및 산정방법 등 근로조건 내용을 결정한 점 등을 제시했다.
중노위는 쏘카 측의 해고통보에 대해서도 “사용자는 여객 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돼 장래에 사업이 축소될 위기에 처하자 경영악화로 사업을 계속 영위하기 어려워 근로자에게 배차중단을 통지한 것이다”며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해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대표에게 해고 실시일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했어야 함에도 이러한 요건이나 절차를 지킨 사실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에도 이 사건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에 따른 해고 대상자의 선정’ ‘근로자 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등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항들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의무도 준수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 ‘이재웅·박재욱 무죄’ 형사재판 영향 촉각
쏘카 측은 중노위의 두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달 8일 세 번째 변론기일이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쏘카 측(원고)은 중노위(피고)와 드라이버 곽씨(참가인) 측이 ‘드라이버는 근로자’라는 취지로 제출한 서면을 반박하는 취지 의견서를 냈다.
쏘카 측 대리인은 “참가인의 근로자성과 관련된 배경, 법리, 증거들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며 “이 사건에서 제출된 참가인 측의 서증들은 참가인과 직접 관련된 것인지, 직접 작성은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원고 측이 사용자로서 무엇인가를 했다고 오인할 수 있는 인상을 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와 참가인의 재반박 서면을 받겠다며 오는 11월12일 추가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또 곽씨 외에도 A씨를 상대로 한 쏘카의 소가 제기돼 있다며 두 소송을 함께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와 법조계는 이번 행정소송 결과에 주목한다. 중노위 결정의 적법성을 가리는 의미 외에도 이재웅 전 대표와 박재욱 대표가 기소된 형사재판에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는 지난 8월24일 항소심 선고를 미루고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변론을 재개한 바 있다.
A씨와 곽씨를 대리하는 권두섭 변호사(법무법인 여는 대표)는 “쏘카·VCNC·인력공급업체는 사실상 하나로 운영됐다. 경제적 단일성을 갖추고 있었다”며 “쏘카가 드라이버를 고용한 것이 되고, 검찰도 드라이버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쏘카 대표 등을 기소한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대표와 박 대표는 형사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은 타다의 서비스 형태를 ‘초단기 승합차 임대차 계약’으로 보고 이를 근거로 타다 서비스가 허가받지 않은 유상 여객운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