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E 차량 구매 후 소음 문제로 공식서비스센터 방문 했으나 ‘정상’ 판정
다른 서비스센터에선 천장 철판 문제 원인···수리 과정서 차량 뒷부분 분해
첫 서비스센터 오판으로 그동안 주행거리 2만5000km 늘어···신차 교환 비용 부담 2000만원 올라
벤츠코리아 “고객 안전 배려해 신차 교환 제시···규정 이미 초과해 일정 금액 소비자가 지불해야”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지난 2019년 12월 벤츠 GLE 300d 4매틱을 구입한 김아무개씨는 주행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 뒤쪽 천장에서 지속적으로 ‘딱, 딱’ 소리가 나는 현상을 겪었다.
김씨는 일산 지역 공식 서비스센터에 방문했지만, 해당 서비스센터에서는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소음에 대해 증상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후에도 계속된 소음으로 인해 차량을 정상 운행하기 힘들어지자, 김씨는 서비스센터를 재방문했다. 하지만 서비스센터에선 엔진마운트에서 전기적 신호가 들어가면서 나오는 소리이며, 이는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센터의 정상 판단에 김씨는 할 수 없이 차량을 계속해서 탔으나, 이후에도 소음 문제가 계속되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산 지역의 다른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김씨가 올해 다른 서비스센터를 찾아 점검을 맡긴 결과, 이 곳에선 소음 발생이 차량 천장 철판 문제라고 진단했으며 수리를 위해서는 차량을 뜯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의 차는 차량 뒤쪽 C필러 부분과 휀더 부분을 잘라내야 했다. 이에 벤츠 측에선 차주가 원할 경우 신차로 교환해주겠다고 답했다. 대신 차량 주행거리분을 감안해 3000만원 상당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김씨 입장에선 황당한 노릇이었다. 처음 서비스센터에서 불량을 제대로 판단했다면 레몬법 규정에 따라 적은 금액으로 차량을 교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첫 서비스센터의 정상 판단으로 인해 차주는 그동안 2만km 이상을 주행했고, 그 결과 차주는 2000만원 상당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자동차 레몬법에 따르면 신차 구매후 1년 이내(2만km)에 중대 하자 2회, 일반 하자 3회 이상 재발할 경우 제조사에서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해줘야 한다. 교환·환불 금액의 경우 자동차 가격에서 주행거리만큼 사용이익을 차감하고 지불한다. 사용이익은 주행거리 15만km를 기준으로 이에 비례해 산정하도록 했다.
김씨가 소음 문제를 발견하고 서비스센터를 방문했을 때는 차량 구입일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20년 5월 19일이었으며, 주행거리도 1만9814km에 불과했다. GLE 차량 가격을 1억원이라 가정하면, 이 당시 기준 김씨는 약 1300만원만 지불하면 차를 신차로 교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주행거리가 4만5141Km까지 늘어나게 되면서 김 씨는 교환 비용으로 3000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김씨는 “처음 벤츠 측에선 차량을 뜯었기 때문에 중고차 감가상각을 고려해 1000만원 상당의 보상안을 제시했으나, 본사와 협의 후 500만원 밖에 보상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며 “그러면서 차량을 신차로 교환할 경우에는 3000만원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는 “레몬법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차임에도 불구하고, 고객 안전이나 편의 등을 배려해 신차 교환을 제시했다”며 “다만 규정을 이미 초과한 차이기 때문에 일정 금액을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김씨는 차량을 다시 넘겨받았으나 주행중 디스플레이 화면이 갑자기 꺼지고, 네비게이션에 한글이 입력이 안되는 등 또 다른 오류가 생겨 차량을 다시 수리 해야 할 처지다.
이와 관련해 레몬법 규정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9년 1월 1일 레몬법 시행 이후 지난 8월까지 1000여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으나, 공식적으로 교환·환불이 이뤄진 것은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경우 소비자들은 제조사와 합의를 통해 개별적으로 교환이나 환불을 받았다.
제조사들은 브랜드 이미지나 레몬법 확산 등을 우려해 레몬법 신청 취소를 조건으로 소비자에게 교환·환불을 제시하고, 소비자들은 스스로 결함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조사의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레몬법 규정상 1년, 2만km 이내 신차 대상이라 기간이 짧은데다, 소음 문제와 같은 일반 하자의 경우 제조사 측에서 동일 결함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보상을 받기 쉽지 않다. 또한 원인을 파악한다며 시간을 끌다보면 기간을 넘길 수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레몬법은 운전자가 결함을 직접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보상과 관련해 제조사에겐 유리하고 소비자에겐 불리한 구조다”라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