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출범 이후 IPO 실적 '無'···양극화 현상 속 '보릿고개'
대형 IPO 인수단으로도 불참···코넥스에 '씨뿌리기' 선택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교보증권이 기업공개(IPO)부문에서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보증권의 IPO시장 부진을 놓고 최근 대형사로 쏠림 심화되고 있는 IPO시장 양극화 현상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 교보증권은 IB사업부 강화를 위해 2부문 5본부에서 '1부문 4본부' 체제로 개편하고 ECM본부 인원을 6명에서 15명으로 대폭 충원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대가파우더 등 다수의 주관계약을 체결과 더불어 스팩합병 상장에 집중하면서 IPO를 주관하는 식으로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 교보증권, IPO 사실상 개점휴업?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올해 3월 이석기-박봉권 체제가 출범한 이후 아직까지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에 상장하는 기업의 IPO와 관련한 실적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중소형 증권사로서 IPO분야에 강자는 아니었지만 코스닥 시장에서 매년 IPO와 관련해 꾸준한 실적을 쌓아왔다. 2020년에는 위세아이텍 대표주관을 맡기도 했다.
올해 초에도 조직개편을 통해 ECM(주식발행시장) 본부를 신설하고 NH투자증권으로부터 오세민 상무를 영입해 ECM 본부장으로 선임하면서 IPO분야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3월 이석기-박봉권 대표 체제가 출범한 이후 교보증권은 기업의 대표상장주관은 물론 공동주관이나 스팩합병 등의 실적이 전혀 없는 상태다.
교보증권이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 역시 지난달 3일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스팩(기업인수목적주식회사) ‘교보11호스팩’이 유일하다. 통상 상장예비심사통과 이후 최종 상장까지 몇 달이 소모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교보증권이 올해는 이대로 IPO업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목표로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교보증권의 IPO 실적부진을 놓고 최근 심화되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배경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형증권사로 쏠림현상이 심해지면서 교보증권 같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IPO일감을 수주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IPO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상장주관을 맡았던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일시적으로 공백이 발생했다”며 “인수단으로 참여할 기회도 있었지만 우량기업이 아니라는 판단하에 평판 관리를 위해서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코넥스로 활로 모색?···성공 가능성 ‘반반’
교보증권은 올해 ‘제3의 시장’인 코넥스 시장에서 지정자문인으로 이성씨엔아이, 토마토시스템 등 2건의 지정자문인 기록을 남기고 있다. 올해 코넥스 시장은 극도의 침체 속에 단 3개의 기업만이 상장했는데 전체 3건 가운데 2건이 교보증권이다.
지정자문인 제도는 증권사가 특정 기업의 자문인이 돼 자본시장관련 법규 준수에 대한 자문·조언·지도, 공시 및 신고 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제도인데 통상 상장주관사 계약을 위한 사전단계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교보증권의 상장주관 가운데 상당수가 코넥스 기업을 코스닥으로 이전상장시키거나 코스닥스팩과 합병을 통해 상장시킨 경우가 많다. 이런 면에서 교보증권이 내년 이후를 위해 올해 씨를 뿌리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코넥스 기업의 지정자문인을 맡아서 코스닥까지 상장시키기까지는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기업이 지정자문인 계약을 해지하거나 상장폐지될 경우 ‘닭 쫓던 개’ 꼴이 되기 쉽다. 상장을 위해 지정자문인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증권사와 파트너를 바꾸는 경우도 빈번하다.
교보증권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상장 예정기업을 신규로 발굴해 IPO를 진행하면서 주관 실적을 쌓아가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신기술사업금융업 진출로 ECM본부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상장 주관 계약 체결 수수료 수입과 VC사업 진출로 인해 새로운 중장기적으로 수익 다변화를 꾀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