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라면, 건강 키워드 내세웠지만 ‘차별성 부족’ 지적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닭고기 전문 기업으로 알려진 종합식품기업 하림이 사업 영역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림은 최근 프리미엄 라면을 출시하며 라면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The미식 장인라면’을 출시하며 라면시장에 진출했다. 프리미엄을 내세운 이 상품은 편의점 기준 1봉지에 2200원이다. 시중 봉지라면 중에서는 고가 제품이다.
◇ 2200원 봉지라면으로 라면시장 진출
하림은 장인라면 매출 목표를 내년 기준 700억원 이상으로 잡았다. 라면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매출 기준 농심이 53.3%, 오뚜기가 22.6%다. 삼양과 팔도가 각각 11%, 9.2%로 뒤를 잇는다.
하림은 프리미엄 라면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장인라면은 라면업계 스테디셀러 신라면이나 진라면에 비해 2배 이상 비싸다. 시장 점유율 1위인 농심 신라면은 편의점 가격 기준 봉지면 1개에 900원이다. 오뚜기 진라면도 820원으로 1봉지에 1000원이 넘지 않는다.
신라면의 프리미엄 버전인 신라면 블랙은 1봉지에 1700원이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을 시도하는 하림이 타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하림은 미식라면의 가격을 고수할 예정이다. 하림 관계자는 “가격을 인하할 계획은 없다”며 “높은 가격이긴 하지만 한끼 식사 기준 2200원 정도면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프리미엄 컨셉을 유지해 라면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일반 라면은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 '프리미엄 사료' 펫푸드사업 여전히 적자
하림은 라면사업에 앞서 펫푸드사업에도 나선 바 있다. 지난 2017년 설립된 하림의 반려동물 식품업체 하림펫푸드는 100% 휴먼그레이드로 제조한 사료를 판매한다. 하림펫푸드 제품은 글로벌 펫사료 브랜드 로얄케닌 사료보다 가격대가 높다. 하림펫푸드 사료는 프리미엄급 고가 상품이란 점에서 미식라면과 유사하다.
펫시장 규모가 커진 것에 비해 하림펫푸드의 성과는 저조하다. 하림펫푸드는 지난 2017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적자다. 하림펫푸드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29억원이고 지난 2019년에도 78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림펫푸드는 최근 버거킹과 손잡고 ‘리얼 독퍼’를 정식 출시하는 등 실적 반등을 노린다. ‘독퍼’는 지난 2019년 버거 구매자에 무료로 제공해 인기를 끌었던 반려견 전용 메뉴다.
리얼 독퍼 정식 출시 기념으로 하림펫푸드는 독퍼와 비슷한 성분의 사료 샘플을 무료로 제공한다. 다만 독퍼가 과거와 달리 1팩(2개입)에 2500원으로 판매돼 성공적으로 사료 소비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가격을 조정하지 않고 프리미엄만을 고수하는 것이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후발주자로서 차별점을 주려는 시도는 좋지만 차별점이 두드러지진 않는다”며 “지금의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가격과 품질 사이에서 소비자의 선호가 어디에 몰려있나 찾아 포지셔닝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급형과 저가형을 함께 가져가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