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말 돼서야 통계 표본 확대 비판···“코로나로 주택전망 미발표? 무슨상관인가”
임차인 전세 보증금 사고 대책 필요 주문···"부동산 실거래가 이상거래 신고 강화해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부동산원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국토정보공사(LX) 등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통계가 정부 입맛에 따라 휘둘렸단 비판이 나왔다. 다주택자들의 갭투자로 인한 임차인들의 전세금 사고, 분양보증 권한을 이용한 HUG의 월권 문제도 제기됐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 7월부터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들어가는 표본 수를 대폭 확대했다. 이에 따라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한 달 만에 1억8000만원 급상승하면서 일각에선 그동안 통계가 잘못됐단 지적이 나왔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내내 부동산 통계 부실이 지적됐지만 올해가 돼서야 표본을 대폭 늘렸다”며 “이제껏 문제를 알고서도 방치하다가 왜 문재인 정부가 끝날 때가 돼서야 고치는지 의문”이라고 언급, 부동산원이 그동안 주택 통계 문제를 알면서도 고치지 않았냐고 따졌다.
정 의원은 “표본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국민과 전문가들은 여전히 부동산원 통계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서울 아파트 가격이 문재인 정부에서 고작 23% 올랐고 전세 가격도 임대차3법 이후 8% 상승했다는데 민간 통계 상승률과 차이가 크다. 심지어 부동산 통계는 문재인 정부 전보다 하락했고 민간 통계는 상승했다는 정반대 결과가 나오는 지역도 다수”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17년보다 71.9%나 높아졌지만 같은 기간 부동산원 주택 통계 상승률은 14.9%에 불과한 점을 들며 정부가 부동산 정책 효과를 내세우기 위해 통계는 낮게 잡고 세금을 늘리기 위해 공시가는 높게 산출한 게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다.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은 “민간과 통계 방식이 달랐고 통계 표본 숫자가 적었는데 통계 숫자도 늘린만큼 앞으로는 신뢰도를 더욱 향상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다만 그동안의 통계 부실의 책임을 지고 부동산원이 관련 업무에서 손을 떼란 지적엔 “통계 관련해선 이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발전시키도록 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정 의원은 “그동안 통계 부실이 일어난 이유에 있어 외압이 없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국토위 차원에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헌승 국토위원장은 “여야 간사간 협의를 통해 결정해달라”고 답했다.
부동산원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택 시장 전망을 내지 못한데 대한 질책도 나왔다. 손 원장이 코로나19 상황 등 경제 여건을 이유로 전망자료를 내지 못했다고 밝히자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주택 전망을 내는데 코로나가 무슨 상관이 있나. 코로나 걸린 사람을 만나 전망을 내나”라며 “매년 주택전망을 냈고 작년에도 주택이 내린다고 전망했는데 더 올랐다. 올해 전망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손 원장은 “준비하다보니 현재 상황에 맞는 미래 예측 모델이 부족하단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그 부분을 보완해 다음 반기부턴 꼭 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올해 8월 18일 이후 계약부터 주택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된 가운데 신규 발급된 보증보험 중 깡통주택 비율이 높아 점검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왔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개월간 개인임대사업자에게 발급된 보증보험 1만4000여건 가운데 부채비율이 70% 이상인 깡통주택이 1만570건으로 75%에 달하고 부채 비율이 90% 이상인 깡통주택도 3분의 1이 넘는다”며 “보증보험에 가입한 물량 상위 5명이 1715세대를 보유하고 있고 1위는 559세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임대 보증금을 빼먹는 나쁜 임대인을 공개해서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나쁜 임대인은 2017년 이전만 해도 극소수였지만 2018년 이후 급증해 지난해까지 HUG에 가입한 사람 중 보증금을 빼먹은 금액만 1조9000억원 가량”이라고 언급, 이른바 나쁜 임대인들이 기업형으로 조직화되고 있어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소 의원은 그러면서 올해 5월 발의한 나쁜임대인 공개법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권형택 HUG 사장은 “(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HUG가 취지를 넘어 월권을 휘두른단 비판도 제기됐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HUG가 보증 및 기금 관리란 취지를 넘어 분양가를 심사하고 미분양 지역을 관리하는 행정기관으로 오인되고 있다”며 “HUG는 분양가 심사 기준을 만들어 분양가를 규제하는 기관은 아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이 분양 보증을 신청하면 얼마 이하론 보증을 서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HUG가 미분양 관리 지역으로 지정해 놓고 경우에 따라 건설사에 보증을 해주는 건 이율배반적인 행위란 비판도 나왔다. 김 의원은 “미분양관리지역에서 건설사들이 HUG로부터 보증을 받은 뒤 건축허가를 신청했는데 보증을 받더라도 미분양지역이라 허가가 안된다는 모순은 어떻게 해결할것인가”라고 따졌다. 권 사장은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부동산원에 신고된 거래 중 이상거래는 따로 표기해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실거래가 시스템이 투기 세력의 합법적 놀이터가 되고 있다”며 “2020년 시스템에 등재된 아파트 매매 거래 34만건 중 19만건이 거래 신고 후 취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의심 사례에 대해선 소명을 요구하고 소명이 불충분하면 불법이라 의심하는 식인데 별도로 금융 거래 내역을 살펴볼 순 없다”며 “정부는 거래 취소 발생일을 신고 시스템에 공개하라고 하지만 이걸론 불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일반인들은 취소된 거래가 투기 의심 거래인지 단순 변심인지 모른단 설명이다.
진 의원은 “의심 거래가 발견되면 즉각 경고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최소한 부동산원이나 국토부에서 조사해 불법 의심 거래라고 관계기관에 통보, 이첩한 경우는 그런 사례라고 보여줘야 그 지역 일대에 주택을 거래하려는 사람들이 가격에 문제가 있단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손 원장은 “충분히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LX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이 사건 발생 6년 만에 회사를 상대로한 소송에서 이겼지만 소송 기간 LX가 책임을 회피하며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단 비판도 나왔다. 강 의원은 “LX는 재발방지를 위해 신경써야하고 피해자를 위해 기관이나 정부에서 치료비와 소송 비용 등을 지원해줘야 한다”며 김정열 LX 사장이 직접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김 사장은 “지금까지 공식 사과를 하진 않았지만 법원 판결을 존중해 손해배상을 성실히 이행하고 피해자의 정신적 안정과 회복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