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온라인몰 실적 제외 업종이지만 ‘네이버쇼핑’은 포함돼
네이버페이 통한 고가 제품 결제도 인정···”내부적으로 검토 중”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 직장인 A씨는 상생소비지원금을 신청하고 2분기 소비 내역을 확인하자마자 카드사에 전화를 걸었다. 예상보다 금액이 높게 산정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형 업종은 실적 제외하도록 했지만 A씨 2분기 내역에 온라인몰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한 명품, 애플 전자기기 등이 실적에 모두 포함됐다. A씨는 “페이코, 쿠페이 등 다른 간편결제는 2분기 소비 내역에서 제외됐지만 네이버페이로 결제된 것은 모두 포함돼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꺼내든 ‘상생소비지원금’ 제도에 허점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소비 활성화를 위해 상생소비지원금 실적 산정 대상에 대형 업종 구매 품목을 제외시켰지만 네이버페이에 등록된 카드로 결제하면 캐시백 산정이 가능해 정부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카드사와 연동된 네이버페이로 백화점, 대형마트에서 결제한 경우 카드 사용 실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상생소비지원금은 신용·체크카드를 2분기 월평균 사용액보다 3% 이상 더 사용했을 경우 1인당 월 10만원까지 초과분의 10%를 환급해주는 제도다. 소득 상위 12%가 제외되는 국민지원금과 달리 카드를 갖고 있는 19세 이상 성인이면 모두가 대상이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상생소비지원금 실적 인정 업종에 슈퍼마켓·영화관·배달앱·호텔·병원·가구 등을 포함했다. 반면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면세점·대형 종합 온라인몰(쿠팡·11번가·티몬·SSG닷컴 등)·명품 등은 실적 제외 업종으로 뒀다.
문제는 네이버쇼핑이 실적 인정 대상으로 포함됐다는 점이다. 네이버쇼핑은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으로, 거래액만 13조원이 넘는 국내 1위 이커머스 기업이다. 네이버쇼핑은 중소상공인들이 입점해 일종의 오픈마켓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백화점·아울렛 등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상생소비지원금 혜택으로 늘어난 주문량으로 매출을 올리는 혜택을 두루 누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네이버쇼핑은 중소상공인들 입점 판매로 이뤄져 대형 온라인몰에서 제외됐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경우 쿠팡, SSG닷컴과 같은 오픈마켓 사업자도 대형 온라인몰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열려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직장인 이아무개씨는 “네이버쇼핑에서 구매한 명품, 신발 모두 실적으로 포함돼 헷갈린다”면서 “애초에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왜 실적 제외 업종으로 구분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이버페이도 상생소비지원금의 허점으로 나타났다. 당초 정부는 명품, 가전기기 등을 상생소비지원금 실적 제외 품목으로 지정했지만 네이버페이를 통해 명품 브랜드 온라인몰에서 구매한 경우 실적으로 인정된다. 네이버페이를 통해 결제한 상품 대부분이 상생소비지원금 실적 품목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즉 2분기 카드 소비 내역이 적은 소비자가 10월, 11월에 고가의 제품을 네이버페이로 구매한 경우 최대 2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셈이다.
대학생 정아무개씨는 “코로나19로 돈을 많이 쓰지 않아서 2분기 카드 실적액이 거의 없었다”면서 “이참에 애플 공식 온라인몰에서 네이버페이로 노트북을 구매하려고 한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상생소비지원추진팀 관계자는 “네이버쇼핑은 중소상공인 판매자 기반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으로 실적 인정 업종으로 포함돼 있다”며 “네이버페이를 통해 온라인몰에서 결제한 부분은 카드사 내역에 ‘네이버페이’로만 적혀 있는 경우가 많아 업종 분류에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몰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한 경우 카드사에서 일일이 내역을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라 실적에서 제외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어 “네이버페이로 고가의 제품을 구매한 경우 실적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발생해 모니터링 중”이라며 “여신금융협회, 카드사와 협의해 내부적으로 상생소비지원금 실적을 수정하려고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