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전문가 “논문도 부재해 안전성 유무 알 수 없어”
임상 3상서 몰누피라비르 투여군, 위약군에 비해 입원율 낮고 사망자 발생 없어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다국적 제약사 머크의 먹는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에 대해 긴급사용 승인이 신청된 상황에서 해당 약제의 안전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자료와 임상시험 표본 수가 적다며 유보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머크는 최근 “경미하거나 보통 수준 증세를 보이지만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있는 코로나19 환자들에 대한 먹는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미국 내 긴급사용 승인을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몰누피라비르 임상 3상의 적은 표본 숫자와 논문이 부재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머크가 발표한 내용을 중심으로 보면 임상 3상에서 특기할만한 부작용은 없지만 적은 표본 숫자 등으로 판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몰누피라비르 안전성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된 논문은 없고 머크가 발표한 내용만 있을 뿐”이라며 “내용을 봤을 때 일단 부작용 등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임상 3상에 참가한 사람 775명 중 절반인 385명에게만 몰누피라비르를 투여했기 때문에 표본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며 “임상 결과의 핵심은 위약 투약 환자 입원율이 14.1%, 사망자가 8명 발생한 반면 몰누피라비르 투여 환자 입원율은 7.3%, 사망자가 없었다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즉, 가짜약을 투여한 환자군에 비교해 몰누피라비르 투여 환자군 입원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사망자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위약군과 몰누피라비르 투여군의 부작용 발생 비율도 엇비슷했다”며 “머크는 젊고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상 3상에서 위악군과 몰누피라비르 투여군은 부작용에 있어 큰 차이는 없지만 (표본 수가 적어) 안전성을 담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775명 대상의 임상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수만명 또는 수십만명을 대상으로 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과거에도 (임상과 달리 부작용이 발생한) 의약품 사례가 있지만 이번에는 없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조만간 재택치료를 활성화하려는 시점에서 먹는 치료제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혹시 모를 (먹는 치료제) 위험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머크 외에도 화이자나 로슈가 먹는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여러 회사의 치료제 품목이 나오면 안전성 등을 고려해 구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몰누피라비르 안전성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 발표가 없는 상태”라며 “안전성 유무를 모른다고 하는 표현이 맞다”고 정리했다. 엄 교수는 “775명이라는 적고 제한된 숫자의 임상으로는 안전성이 확실하지 않다”며 “다른 의약품도 (임상 이후) 나중에 인지한 부작용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정부는 몰누피라비르에 대해 모든 환자가 아닌 고위험군 대상으로 한정해 처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환의 치료제는 안전성에 있어 상대적으로 예방백신보다는 덜 엄격하다”며 “머크 자료에 따르면 몰누피라비르 복용 후 이상반응이 두드러지게 나오지는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정리하면 몰누피라비르 임상시험 중에는 안전성에 우려되는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요약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먹는 코로나 치료제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우리 정부는 안전성과 효과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먹는 치료제가 출시되면 구매 등 절차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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