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영업 차질없이 진행되면 주4일제 인식 달라질 것"
"고용축소 더욱 심화될 것"···고객불편 증가 우려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 관계자는 지난 7일 은행회관 14층 중회의실에서 2021년도 산별중앙교섭에 합의서에 최종 서명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금융노조와 사용자측은 최근 코로나 방역지침 해제 시까지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노조는 이번 합의가 장기적으로는 주4일제 도입 등 근무시간 단축 논의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영업시간 단축이 길어지면 오히려 고용 축소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최근 금융산업사용자와 2021년 산별중앙교섭에 최종 합의했다. 이번 합의문에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을 방역지침 해제 시까지 유지하는 안도 포함됐다. 

은행권은 지난 7월 코로나 확산 방지에 동참하기 위해 노사의 합의아래 서울과 경기권 은행 영업점 운영시간을 단축한 바 있다. 이에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였던 은행 영업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으로 1시간 줄었다. 

이번 합의로 당분간 근무시간 1시간 단축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영업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내년 산별교섭에서 재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에 영업시간 단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영업시간 단축이 이어지자 노조는 그간 주장해온 근로시간 주4일, 주32시간 도입을 위한 논의도 더욱 활발해 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업시간 단축으로도 영업점 운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인식도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노조는 지난 2018년부터 대규모 사업장에서의 주4일근무제를 공론화하는데 노력했다. 노조는 주4일제를 도입하면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뿐만 아니라 고용도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 노조가 용역을 맡긴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4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은행원 5명당 1명씩을 더 고용할 있어 2만6000명의 추가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 사태로 어쩔 수 없이 영업시간 단축을 시행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영업시간을 줄여도 업무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생기면 장기적으로는 주4일제 도입 논의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영업시간 단축이 이어진다면 오히려 고용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무시간 단축이 가능한 주요 원인이 디지털화로 판단되면 이는 직원 감축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은행권은 급격한 디지털화로 영업점이 폐쇄되고 직원 신규채용 수도 감소하고 있다.

영업시간 단축으로 인한 고객 불편 증가도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비대면 거래가 익숙치 않은 고객들은 영업시간 단축으로 큰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라며 “또 영업시간 단축으로 영업점에 고객들이 더 붐비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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