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혁 논의 멈추면서 국민 부담 급증···“미래세대에 죄 짓는 것”
일산대교 공익 처분 놓고 “기금 운용 원칙 위반”vs“정쟁 대상 아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이르면 2054년 고갈이 예상되는 국민연금 개혁에 손을 놓고 있단 질타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추진하는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놓고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손실 우려에 대해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2018년 정부가 발표한 뒤 논의가 중단된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놓고 여야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당시 계획안을 보면 현행 유지, 기초연금 30만원->40만원 인상, 보험료율 9%->12% 인상, 보험료율 9%->13% 인상 등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연금 개혁은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비판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2018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단 질책을 받고 연금 개혁 논의가 자취를 감췄다”며 “정부와 공단에선 국회에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계속 주장하는데 결국 국회에 떠넘기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유소년 인구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앞으로 유소년 한 사람이 1.3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이런 현상은 출산률 저하로 더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개혁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데 다음세대에 죄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현행 국민연금 체계를 유지하면 기금 소진 시점을 2057년으로 보고 있는데 국회예산정책처는 2054년으로 3년 당겨질 것이라고 한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연금 개혁이 계속 미뤄지는데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최혜영 민주당 의원은 “연금 개혁이 계속 미뤄지면 결국 부담은 국민에게 갈 수 밖에 없다”며 “국민 부담 증가를 추계해보니 올해 당장 연금 개혁을 해도 4차 재정 계산 당시 ‘적립 배율 1배’ 기준 예상치보다 40조원을, 2025년 연금 개혁을 한다고 하면 52조2000억원을 각각 추가 부담하게 된다”고 언급, 논의가 멈춘 동안에 국민 부담만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대선 국면이라 많은 사람들이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말을 아끼려고 하는데 보건복지부나 공단에선 연금개혁 논의를 멈출 필요가 없다”며 “2023년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현재는 제도적으로 재정계산과 함께 연금제도발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는데 앞당겨서 하는 게 효과가 있지 않나 싶다. 제도를 운영하는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재정계산위원회를 조기에 구성해 논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일산대교 무료화 문제를 놓고는 여야 의원들이 정면 충돌했다. 이재명 지사는 일산대교 민간투자사업자 지정을 취소하고 운영권을 회수하는 공익처분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연금이 정당하게 투자해 얻어낸 일산대교 운영권을 경기도가 헐값에 빼앗으면 국민 노후 자금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게 되고, 이는 연금 기금 운용 원칙에 어긋나게 될 것”이라며 “이 지사가 느닷없이 9월에 일방적으로 일산대교의 무료화와 운영권 회수를 발표한 건 절차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오는 2038년까지 일산대교로 얻을 수익이 약 70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경기도는 국민연금에 보상금으로 2000억원만을 제시했다”며 “애초에 국민연금이 투자한 비용이 2661억원”이라고 지적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경기도에서 대선을 앞두고 무료화 얘기를 한 게 아니라 오랫동안 경기도와 국민연금이 논의를 해왔다”며 “현행 민자투자법상 사회기반시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는데, 경기도와 공단 간 이해를 맞추는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최근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일산대교를 무료화하겠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는 경기도민이 느끼는 불편함이지 정쟁의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느냐”며 “정쟁으로 가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이사장은 “공익처분은 사업권 박탈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일산대교 무료화가) 정쟁이라기보다는 해당 지역주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선 김 이사장의 ESG 저서가 신문과 보고서를 표절했단 의혹도 제기됐다. 허종식 민주당 의원은 “김 이사장과 직원들이 지난 5월 출간한 ‘국민연금이 함께하는 ESG의 새로운 길’에 신문과 보고서를 베껴 쓴 문장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저서 163쪽 기업의 상생 경영에 대한 부분과 267쪽 ESG 평가 기준에 대한 부분에서 경제신문의 기사 일부를 어미만 조금 바꾼 채 썼고, 268∼271쪽의 상당 부분은 경제신문 기사 문장을 고스란히 옮겼다”고 주장했다.
ESG 투자를 늘리겠단 국민연금공단의 사회(S)와 지배구조(G) 정보 입수율은 각각 75%, 100%인데 비해 환경(E) 정보 입수율은 44%에 불과하단 지적도 나왔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ESG 정보 공개에 대한 표준 모델이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이 지배구조·투자전략·위험관리·탄소배출량 측정과 목표 설정 등 보고를 권장하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 지지를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