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등 IPO일정 5건 집중···증권신고서 정정에 따른 일정변경 영향
밤 10시까지 청약접수하는 야간청약 도입···아직 경쟁률 상승 효과는 '미미'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삼성증권이 10월에만 카카오페이를 포함, 총 5건의 공모청약 일정을 진행하는 강행군을 펼친다. 당초 아이패밀리에스씨와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만이 수요예측과 공모청약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차백신연구소와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 카카오페이의 상장일정이 연기되면서 졸지에 일정이 촘촘해졌다.
삼성증권은 공모청약 흥행을 위해 증권사 가운데 최초로 청약접수 첫날 밤10시까지 신청을 받는 야간청약을 도입했다. 하지만 아직 큰 효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놓고 야간청약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불안한 증시 상황과 매력적이지 않은 IPO기업 자체의 문제라는 반론도 나온다.
◇ 삼성증권, 10월에만 IPO 5건 ‘몰아치기’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날 공모청약일정을 마무리하는 차백신연구소를 시작으로 아이패밀리에스씨,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 카카오페이 등 5개 IPO기업의 대표상장주관을 맡고 있다.
차백신연구소와 아이패밀리에스씨,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은 삼성증권 단독주관이고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은 미래에셋증권과 공동대표주관을 맡았다. 카카오페이는 골드만삭스, JP모간과 함께 공동대표주관을 맡았다.
차백신연구소는 차병원그룹 계열사로 백신 및 면역항암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의 소장인 문홍모 박사와 염정선 대표가 2000년에 설립했는데 2011년 차병원그룹 사업지주사인 차바이오텍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아이패밀리에스씨는 탤런트 채시라씨의 남편인 가수출신 김태욱 대표가 2000년 설립한 회사로서 화장품 사업과 웨딩 사업을 하고 있다.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은 2005년에 설립된 친환경 반도체 공정장비 전문기업으로서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한 유해가스를 처리하는 '스크러버'와 진공펌프배관 파우더를 최소화하는 '파우더트랩', 공장 냉각탑 백연을 저감하는 장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은 1987년 설립된 명품핸드백 제작업체로서 코치·DKNY·케이트스페이드 등의 브랜드에 주문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납품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의 간편결제전문 자회사로서 카카오페이증권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카카오페이는이달 IPO 가운데 최대어로서 희망공모가기준 공모금액이 최대 1조5300억원에 이른다.
5개 IPO기업 가운데 차질없이 정상적으로 IPO일정이 진행된 기업은 아이패밀리에스씨와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 뿐이다.
차백신연구소와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 카카오페이는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상장이 이달로 미뤄진 케이스다. 차백신연구소는 지난달 1∼2일로 예정된 수요예측과 7∼8일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었고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은 9월 24∼27일과 9월 29∼30일에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을 실시하려고 했다. 카카오페이역시 ‘7말8초’에 수요예측과 청약접수를 하려고 했으나 두 번이나 일정이 연기되는 진통 끝에 겨우 상장일정이 확정됐다.
통상 같은 증권사의 공모청약일정은 공모주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분산되지 않도록 겹치지 않게 조정하지만 삼성증권의 이달 청약일정은 2번이나 겹친다. 다만 카카오페이 청약은 전량 균등배정을 내걸었기에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 청약과 투자금 분산 효과는 어느정도는 상쇄될 전망이다.
◇ 야간청약 효과 미미 vs 기업경쟁력 문제
삼성증권은 10월 IPO 집중 일정을 앞두고 청약흥행을 위해 지난달말부터 국내 증권사 최초로 청약 첫날 밤10시까지 온라인으로 청약접수를 받는 야간청약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청약접수를 받았는데 낮시간을 활용하기 힘든 고객들을 위해 첫날 청약신청 가능시간을 6시간 연장한 것이다.
야간청약은 삼성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했던 케이카 청약부터 도입됐고 이달 IPO가운데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을 제외한 나머지 4건의 IPO에서도 실시된다.
하지만 삼성증권이 야심차게 도입한 야간청약의 효과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된다. 케이카의 경우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진행된 일반청약 경쟁률은 8.72대 1에 불과했다.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 동안 진행된 차백신연구소 공모청약 역시 경쟁률이 42.16대1에 그쳤다.
오후 4시 이후 청약접수물량 역시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오후 4시 차백신연구소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8.13대1 수준이었는데 이후 오후 10시에 기록한 청약경쟁률은 8.70대 1에 그쳤다. 소수점 단위 증가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를 놓고 야간청약의 문제라기보다는 청약에 나선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근본적 원인이기에 야간청약의 효과에 대해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차백신연구소 IPO를 살펴보면 최근 공모주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최근 IPO기업들이 동시에 청약일정을 진행하는 경우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는데 차백신연구소와 같은 기간 청약을 진행한 지아이텍은 경쟁력이 차백신연구소보다 더 뛰어났다는 평가다.
지아이텍의 경우 전기차배터리와 수소관련 기업으로 분류되면서 수요예측에서 무려 2068.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공모가도 희망공모가범위(1만1500~1만3100원)을 넘어서는 1만4000원으로 확정했다. 반면 차백신연구소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206.23대 1에 그쳤고 공모가도 희망공모가범위(1만1000~1만5000원) 하단인 1만1000원으로 결정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청약신청이 대거 몰리는 IPO기업의 청약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야간청약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며 “실제 이용하는 고객이 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