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소액주주, 비대위 구성···지분 모으기 총력
비대위, 주주 정상화·주주가치 제고 위해 동참 호소
셀트리온, 씨젠과 상반된 대응···“주주들 행보 지켜볼 것”

셀트리온의 소액주주 비대위가 추진하는 '지분 모으기' 관련 대형 전광판 광고 이미지 샘플./ 이미지=싱크풀 캡쳐
셀트리온의 소액주주 비대위가 추진하는 ’지분 모으기‘ 관련 대형 전광판 광고 이미지 샘플. / 이미지=싱크풀 캡쳐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셀트리온의 소액주주들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해 ‘지분 모으기’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 앞서 씨젠 소액주주들이 주가 하락, 불법 공매도 등에 반발해 회사 경영진과 대립한데 이어 이번엔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다.

바이오업계 주가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셀트리온의 주가는 올해 초 최고 40만원대에서 13일 기준 21만원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먹는 코로나 치료제 등장과 올 3분기 실적 부진 전망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셀트리온의 소액주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비대위를 결성해 주주들의 지분 모으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비대위는 이번 지분 모으기를 통해 ‘주가 정상화와 제대로 된 주주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총 5000만주의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확보하고 임시주총을 소집해, 회사 경영 참여와 주요 결정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위원장, 고문 위원 3명 등 총 5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회사 측에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셀트3형제'의 조속한 합병추진 △주가정상화 △서정진 명예회장·기우성 대표 등 최대주주 및 경영진을 교체 등을 요구하고 있다.

목표 수량인 5000만주는 셀트리온 전체 지분 중 36.2%로 기존 최대주주인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분율인 20.01%를 넘어서는 수치다. 지난 12일 기준 비대위가 확보한 주주 지분수량은 약 1150만주다. 목표한 5000만주 대비 20% 이상 모인 상태다.

소액주주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 ‘주주가치 제고’라는 확고한 목적을 가지고 출범했다”며 “목표 수량인 5000만주 달성을 위해 주주들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지분 모으기에 동참한 한 셀트리온 주주는 “주주들은 전대미문, 상식 부재 주가하방을 온 몸으로 겪고 있다”며 “회사의 성장성만 믿고 버텨온 주주들에게 이번 3분기 실적은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이 같은 상황을 헤쳐나갈 의지조차 보여주고 있지 않다. 자기자산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지분을 모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 셀트리온 소액주주 비대위···씨젠 강성주주와 유사 행보

앞서 씨젠 소액주주들도 적극적인 주가부양 및 주주친화정책 확대를 촉구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한 바 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의 단체행동이 투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싱크풀’의 셀트리온 토론방을 중심으로 확산됐다면, 씨젠 주주들은 인터넷 카페를 기반으로 주주 연합회를 구성했다.

씨젠은 코로나19 사태로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기업이다. 발 빠른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로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822%, 2915%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 쾌거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9년 말 3만원대 초반에 형성돼 있던 주가는 지난해 8월 최대 31만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부터 하락세가 이어지더니 지난 12일 종가 기준 4만9000원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주주 연합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위해 의결권 위임에 나섰다. 그 결과, 약 4.12%의 의결권 지분을 확보했다. 통상 발행 주식 총수의 3% 이상이면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할 수 있다. 또 카페 운영진을 중심으로 변호사 선임도 이뤄졌다.

지난 3월에는 천종윤 씨젠 대표 사퇴와 전문경영인 영입을 요구하며 씨젠 본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소액주주 연합회는 씨젠이 주가 부양에 소극적이었고,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시장에서 신뢰도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셀트리온 역시 강남, 인천에 소액주주들의 지분 모으기를 독려하는 전광판 광고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오는 15일에는 소액주주 대변 전문 법인과 미팅을 통해 소액주주 운동 관련 법리적 실행에 대한 자문을 받을 예정이다.

◇ 셀트리온, 씨젠과 상반된 대응···주주들 집단행동에도 ‘침묵’

지난해 말부터 씨젠의 소액주주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집단행동에 나서자 회사 측은 즉각 주주 달래기에 착수했다. 주주들의 불만을 수렴해 지난해 12월 배당확대 방침을 발표하고 회사 임원들은 자사주를 대거 매입했다.

씨젠은 주주친화책으로 분기 배당 도입, 주식 발행한도 확대(기존 5000만주에서 3억주로 확대)와 함께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진행했다. 또 정기 주주총회 직후인 지난 4월엔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반면 셀트리온은 강성주주들의 집단행동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강성주주들의 지분 모으기와 관련해 “일단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3분기 실적 부진 전망과 주가 하락 장기화에 대한 공식 입장 발표도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는 설명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주주행동은 기사를 통해 확인하긴 했지만, 자세한 현황 파악이 이뤄진 것은 아니어서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일 신영증권은 셀트리온에 대해 바이오의약품 매출 감소에 따라, 올 3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주가는 28만원으로 기존 35만원보다 25% 낮췄다.

지난 5일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 체결된 공급계약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은 데에는 렉키로나 유럽 승인 및 정부 비축 물량 계약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며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램시마SC 2분기 누적 매출액(약 660억원)이 셀트리온의 공급 물량(약 5300억원)에 못 미쳐 재고가 남아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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