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ICT 기업 대상 정기근로감독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좁은 업계 특성상 보복이 두려워 문제제기가 힘든 구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서 IT 업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스마일게이트스토브에 재직 중인 남모씨에 따르면 부당한 성과평가와 인사권 남용사례가 있었다. 그러면서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닌 관련 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라고 알렸다.
실제 지난 5월 네이버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네이버뿐만이 아니었다. 카카오 역시 성남지청이 근로감독한 결과 초과근무를 비롯해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등 6개 항목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은 지난 6월 크래프톤 상사 갑질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IT 기업의 실상이 드러난 것이다.
국감에서도 문제가 거론되자 고용노동부는 ICT 기업을 대상으로 정기근로감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일 각 지방관서에 조사 대상을 선정하고 계획을 수립토록 했다. 조사기관은 300인 이상 ICT 기업을 중심으로 근로기준법 및 노동법령의 준수 여부를 점검해 연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IT·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시스템 부재’를 지적한다. 관리자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졌음에도 이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승진과 인센티브, 심지어 스톡옵션 회수권도 갖기 때문에 잦은 야근과 부당한 지시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오세윤 네이버노조(공동성명) 지회장은 “조직장에 잘못 찍히면 1년 한해를 날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IT 업계 노동자들은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와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내부 고발 창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노동자 편에 설 노동조합 설립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실제 소프트웨어·포털업계는 네이버, 카카오, 한글과컴퓨터, 포스코ICT 정도가 노조를 두고 있으며 게임업계는 넥슨, 스마일게이트, 웹젠이 전부다. 고용노동부가 204개 기업을 대상으로 정기감독에 착수한 만큼 기업문화를 재정비해야 한다.
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인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사후조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예방은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직장 내 갑질 의무 교육을 법에 명시하거나 상담 치료 기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6일 환노위 국감장에서 “저도 큰 충격을 받았고, 바꿔야 할 건 다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영 체계 쇄신에 나섰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 이번 기회에 정말 다 바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