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 공포에 글로벌 증시 약세 보여 헤지 수요 높아져
물가연동채, 원자재ETF, 리츠, 암호화폐 등 거론
인플레 일시적일 경우 기회비용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와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헤지(hedge·위험회피)할 수 있는 투자처 역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물가연동채권에서부터 원자재 ETF(상장지수펀드), 리츠(REITs·부동산 투자 신탁), 암호화폐까지 다양한 자산이 그 후보로 거론 돼 주목된다. 

◇ 인플레이션 공포에 투자심리 ‘꽁꽁’

1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달 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 500 지수는 지난달 2일(이하 현지시간) 장중 사상 최고치인 4545.85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4일 4278.94까지 5.8% 내리기도 했다. 나스닥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역시 지난 9월 이후 각각 최대 7.9%, 5.2%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 증시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달 1일 장중 3215.13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이달 12일 장중 2901.51까지 최대 9.75% 내렸다. 특히 6개월 만에 3000선이 무너지는 모습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1000선을 지켜오던 코스닥 지수도 지난 9월 이후 약세를 보이면서 950선 아래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외 주요 증시가 상승 흐름을 멈추고 하락하는 주요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공포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플레이션은 통화량의 증가로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물가가 전반적으로 꾸준히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낮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의 경우 증시에 부정적이진 않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높아지게 될 경우 통화 당국의 긴축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체로 위험 자산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실제 최근 원유와 천연가스의 급등을 비롯한 상품 가격의 상승 흐름이 지속되면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서부텍사스원유(WTI)의 경우 지난 5일 배럴당 78.93달러를 기록하면서 7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천연가스는 올해 초 대비 400% 폭등한 상태다. 최근 에너지 가격 수준이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 10일 집계한 전체 회원국들의 올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보다 4.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은 단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를 이룬다.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세븐스 리포트 리서치의 톰 에세이 창립자는 “에너지 가격이 다시 전부 오르고 있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하는 미국채 10년물은 11일 연 1.631%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점인 1.732%에 근접해가고 있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 ‘대안 찾아라’···물가연동채·원자재 ETF·리츠·암호화폐 주목

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되면서 대안 투자처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물가 상승에 자산 가치도 덩달아 올라 헤지가 가능한 자산들이 주목받는다. 전통적으로 물가 상승 추세 시 인기가 높아지는 물가연동채권을 비롯해 원자재 ETF, 리츠, 암호화폐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우선 물가연동채는 단어 그대로 물가와 연동되는 채권을 말한다. 물가연동채는 이자 지급 주기가 돌아오면 그달에 발표된 물가연동계수를 원금에 곱해 조정원금이 계산된다. 물가가 오를수록 조정원금이 커지고 이자 지급 규모가 확대 되는 것이다. 반대로 실제 인플레이션이 높아지지 않을 경우 일반 채권보다 성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물가연동채에 투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이나 정부가 10년 만기 국고채를 발행할 때 국고채전문딜러(Primary Dealer) 업무를 하는 금융기관을 통해 직접 매수할 수 있다. 간접적으로는 물가연동채펀드나 ETF 및 ETN(상장지수증권)을 통해 투자할 수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물가연동채 ETF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인데 이 경우 달러 투자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원자재 ETF 역시 물가 상승기에 대안적인 투자처 평가된다. 특히 최근 원유·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와 알루미늄·구리 각종 산업 원자재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해당 ETF가 조명을 받고 있다. 여기에 농산물 가격에 연동되는 ETF도 물가 상승에 따른 수혜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개별 원자재 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는 데다 이미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리츠도 인플레이션 헤지에 적합한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대출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회사나 투자신탁을 말한다. 물가 상승이나 금리 인상분을 임대료에 전가해 임대수익을 보완할 수 있고 부동산 자산 가치도 물가 상승에 따라 오름세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암호화폐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네드데이비스리서치는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금 대신에 비트코인이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JP모건 애널리스트들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대두되면서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고 밝혔다.   
 
◇ 인플레이션 우려 과도···관련 투자 유의해야 지적도

한편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과도하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무너진 공급망이 머지않아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인플레이션 관련 상품 투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표적인 증시 강세론자인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최고 전략가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있지만 투자자들이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면서 증시는 계속 회복할 것”이라며 올해 연말 S&P500 목표치를 현 수준보다 약 7% 높은 4700로 제시했다. 미슬라프 마테이카 JP모건 주식전략 책임자 역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상승) 공포는 점차 사라질 것으로 전망해 지금의 약세장이 지속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기적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됐지만 코로나19에 맞춰진 공급단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지 않고 단기간에 끝날 경우 관련 투자는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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