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계열사별 굵직한 프로젝트 발표···공격 투자 신세계에 맞불
업계에선 이커머스 ‘롯데온’ 변화 필요성 대두···“경쟁력 입증해야”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예년보다 일찍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 분위기다. 조직을 미리 재정비해 내년도 사업 준비에 착수하려는 것이다. 롯데의 유통 라이벌 신세계도 위드 코로나에 대비한 경쟁력을 강화한 가운데, 롯데쇼핑도 굵직한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몸집 키우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그간 안정적인 경영을 고수했던 롯데그룹은 최근 공격적으로 몸집 키우기에 착수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한샘 인수에 이어 창고형 매장 빅마켓을 확대, 롯데온 체질개선 등 굵직한 사업을 연이어 발표했다. 유통 라이벌인 신세계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신 회장은 현재 롯데그룹의 체질 개선과 기업 문화 바꾸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7월 신 회장은 VCM(사장단 회의)를 통해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과감히 버리고, 목표 달성을 위해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를 가져달라”며 분발을 촉구했다.
우선 롯데쇼핑은 국내 가구 1위 업체 한샘을 품었다. 올해 오픈한 롯데 타임빌라스 인근에 의왕 리빙 타운을 건축하며 지난해부터 급격한 성장을 보인 홈 인테리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강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오프라인 시장 침체 속에서 창고형 할인점 성장 가능성을 두고 공격적으로 점포 확대를 예고했다. 롯데마트는 내년 초 목포점과 전주 송천점, 광주 상무점 등 경쟁사들이 아직 출점하지 않은 호남권과 창원지역을 우선적으로 집중해 점포수를 확대하고 제품군을 차별화할 계획이다. 2023년까지는 빅마켓을 2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롯데쇼핑은 창사 42년만에 처음으로 롯데백화점 임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롯데쇼핑 영업이익의 대부분이 롯데백화점에서 발생했지만, 전체 직원 절반 가까이에 달하는 근속 20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직을 개편한다. 대신 하반기 100여명 규모의 신입사원 공채로 젊은 인력을 충원해 젊은 조직으로 탈바꿈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같은 기대와 달리 롯데쇼핑의 실적은 수년째 하락세다. 지난해는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최근 수년째 롯데쇼핑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강 대표는 롯데쇼핑에서 단계적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엘리트로 꼽히지만, 공교롭게 그가 롯데쇼핑을 총 책임을 맡은 2017년부터 실적 개선 흐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는 대외적인 악재로 지지부진하다해도 3조원을 투입한 롯데온도 이커머스 부문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롯데쇼핑은 이커머스 사업 부문에 인수합병(M&A)에 대한 의지는 갖고 있지만 이베이코리아 인수전때 보여졌듯 과감한 결단력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 전문 버티컬 플랫폼 전략으로 식자재 전문관 푸드온을 오픈하는데 그쳤다.
신 회장도 코로나19 이후 쇼핑 흐름이 온라인으로 옮겨져 왔음에도 오프라인에 힘을 싣으며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최윤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백화점·대형마트·슈퍼 등 사업을 모두 영위하고 있음에도 사업 부문간 시너지가 더디다”면서 “롯데온 플랫폼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롯데는 성장성이 증명된 사업에서만 활동을 넓히려는 특성이 있다”며 “롯데 특징이 신중하고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경쟁사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롯데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