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회장 취임 1주년•••순혈주의 버리고 로보틱스·UAM·자율주행 경쟁력 확보
“인류 원하는 곳으로 스트레스 없이 이동케 하는 것이 소명”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사진=현대차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회장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자동차 제조기업을 벗어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해온 그는 그간 그룹 체질을 바꾸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전, 사실상 현대차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부터 줄곧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단순히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넘어 인류가 이동하는 행위의 편의성을 증대시키는 것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였다.

전형적인 제조업체였던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성공할지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 회장은 끊임없이 기업 체질을 바꿔왔다. 업계에 따르면 11일 정 회장은 사내 도심항공모빌리티(UAM)사업부 관계자들에게 “인류가 원하는 곳으로 스트레스 없이 갈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서비스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취임 1년을 앞두고 향후 현대차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 한번 재정의하며 변화의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정 회장의 의지는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등을 통해 구체화 된다. 정 회장은 2019년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회장은 취임 후 미국의 로봇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 ‘아틀라스’ 등을 개발해 주목을 받은 회사다.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술과 자율주행차, UAM 및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로보틱스와 더불어 항공택시 시대를 열 UAM사업 역시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일 때부터 공들여온 부분이다. 정 회장은 UAM을 2028년 하고 2030년엔 가까운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해당 부문에서 끊임없이 외부 인사 및 전문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올해 초엔 항공우주 기술 전문가 벤 다이어친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영입하며 UAM 기체 개발 및 선행 연구개발을 이끌도록 한 바 있다.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선 엡티브와 함께 세운 합작법인 모셔널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모셔널 본사를 직접 방문해 현지 엔지니어들을 격려하고 기술 개발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그로부터 약 2달 후 현대차와 모셔널은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개발한 로보택시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아이오닉 5 로보택시는 모셔널의 첫 상업용 완전 무인 자율주행 차량으로 2023년 미국에서 승객을 원하는 지점까지 이동시켜주는 라이드 헤일링(ride-hailing) 서비스에 투입된다.

이처럼 제조업체였던 현대차가 신사업 부문 경쟁력을 빠르게 키워 그룹체질을 바꿀 수 있던 것은 정 회장이 순혈주의를 버리고 외부 인재 영입 및 인수합병에 적극적 행보를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 회장은 미래 기술과 관련한 분야에서 외부기업과 손을 잡거나 외부인사를 주요 보직에 앉히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과거 현대차에선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미래 모빌리티 기술 기업으로 나아갈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정 회장은 향후 본격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구체화 및 상용화 시키기 위해 그룹 역량을 집중시킬 계획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