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5% 육박···물가상승률 2%대 지속
인상요인 많지만 동결 전망 우세···코스피 3000선 붕괴 영향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은행이 조기 금리인상에 나설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일 오전 한은 금통위는 올해 7번째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올해 10월과 11월 단 두 번의 금통위가 남아있기 때문에 금통위가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언제로 잡을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다. 내년 상반기에는 대선과 이주열 총재 임기 만료 등의 이슈로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올해 안에 한 차례 더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을때만 하더라도 10월에는 금통위가 금리 인상 효과를 한 차례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과 은행권 대출 규제에 따른 2금융권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금통위가 조기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단 견해들도 최근 조금씩 나온다.
지난달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2조8878억원으로 지난해말과 비교해 4.8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연간 증가율 목표치(5~6%)에 근접한 수준이다.
물가상승률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5%로 지난 4월(2.3%)부터 6개월째 2%대를 넘어섰다. 물가상승률이 6개월 연속 2%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12년 6월 이후 약 9년만이다.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률을 보여주는 근원인플레이션율(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은 1.9%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4월(1.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심지어 10월 물가상승률은 9월보다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책점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에 참석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제유가 상승과 전 세계 공급망 차질,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등 불확실성이 높아 4분기에는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높은 물가상승률의 압박 때문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금리인상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뒤를 이어 새롭게 금통위원에 선임된 박기영 금통위원 역시 다소 매파(긴축 선호) 성향의 인물로 평가받는다. 박 금통위원은 과거 번역서인 ‘빚으로 지은 집’을 통해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다만 다양한 금리 인상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금통위가 이번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3000선 아래로 떨어진 후 회복을 하지못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에 충격을 줄만한 선택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7~30일 채권보유 및 운용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87명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고 13명이 인상을 예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 전문가의 수는 지난 8월 금통위(33명)보다 20명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