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간 평균 수익률 5.73%···해외 지역 펀드 중 가장 성과 좋아
에너지 수입 의존 높은 러시아···원유와 천연가스 강세 증시 상승 이끌어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 속에서 러시아 펀드가 견조한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에너지 기업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러시아 증시가 최근 원유와 천연가스의 가격 급등에 오름세를 보인 영향이다. 다만 에너지 가격이 진정될 경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1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러시아 펀드 10곳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5.73%다. 이는 해외 지역별 펀드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올해 하반기 내내 높은 수익률을 보였던 인도 펀드(3.29%)보다 높으며 해외 주식형 펀드(-2.91%)와 국내 주식형 펀드(-8.7%)와 비교해선 압도적으로 성과가 좋다.
개별 펀드로 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KINDEX러시아MSCI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파생형)(합성)’이 최근 한 달 동안 8.75%로 가장 좋은 수익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신한자산운용의 ‘신한러시아증권모투자신탁[주식]’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증권모투자신탁(주식)’도 각각 7.61%, 5.68%로 높은 성과를 냈다.
러시아 증시의 상승세가 이들 펀드의 성과에 반영됐다. 러시아 RTS 지수는 지난달 7일(이하 현지 시간) 1723.91에서 이달 7일 1853.99까지 7.5% 상승했다. 특히 이달 7일 보인 지수는 최근 10년 기준 최고치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미국과 아시아 증시 등이 인플레이션 우려와 중국 헝다그룹 파산 위기 등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7% 하락했고 S&P500과 나스닥 지수도 각각 2.9%, 4.6% 내렸다. 코스피의 경우 6개월 만에 3000선 아래로 내리는 등 최근 한 달 동안 약세를 보여왔다.
러시아 증시의 상승세는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기준 원유, 휘발유 및 가스 수출은 전체 수출의 49.7% 이상이며 재정수입의 31.9%를 차지한다. 그만큼 러시아는 에너지 의존적인 국가이며 에너지 가격 상승이 뒷받침 돼야 경제가 살아나는 특성이 있다.
최근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원유 선물 가격은 지난 5일 배럴당 78.93달러를 기록하며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고 브렌트유 가격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천연가스의 경우 올해 초 대비 250% 급등했을 정도다.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보다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은 러시아 펀드에 긍정적인 소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겨울 한파가 예상보다 강할 경우 브렌트유가 최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연가스 역시 공급은 제한적인데 반해 동절기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다만 에너지 가격의 폭등에 따른 경제 충격 예방 차원에서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분류된다.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일 에너지 대란과 관련해 “러시아는 세계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공급 확대를 시사했는데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에너지 가격 급등 추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러시아 관련 투자가 긍정적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에너지 급등 추세가 꺾이고 안정화 된다면 차익 실현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며 “과도한 낙관을 경계하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