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기업 혼란 줄이기 위해 ESG 지표 개발 진행
파일럿 테스트 결과 일부 사회적 물의 기업 높은 등급
특정 기업 연구소 평가문항 참여, 왜곡 가능성 제기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ESG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겠다면서 평가지표 개발 작업을 용역기관에 맡겨두고 협력사에 대한 ESG를 사실상 강요하는 지표를 큰 비중으로 포함시키는 등 지표 개발에 문제가 있단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유명 로펌, 대기업 연구소 등이 주도하는 ESG 관련 경영컨설팅, 교육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는 ESG 자격증을 신설했고, 유명 경제신문은 가입비 1000~2000만원대 초호화 ESG 클럽을 만드는 등 참가비 수백만원 대에 달하는 세미나, 시상식은 일상이 될 정도로 ESG가 이른바 골드러시 시장이 돼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2019년부터 생산성 본부를 통해 ESG 지표 초안을 개발하고, 지난해 코스피 시가총액 2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거친 후 업계 의견수렴을 통해 연말까지 ESG 지표를 확정하는 과정에 있다. 정부 주도로 평가지표를 만드는데 대한 우려도 있지만 국내외 평가지표가 600여개로 난립해 기업의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시도란 게 대체적인 업계 반응이다.
하지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0대 기업에 대한 파일럿 테스트 점검결과, 온실가스 배출, 산재 등으로 비판받는 모 기업과 그 계열사가 200대 기업 중 각각 7위, 10위를 기록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부 기업이 높은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특정 기업의 기업연구소가 일부 분야의 평가 문항 적절성 검토에 참여해 평가 문항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산업부는 가이드라인 개발 과정의 일부란 이유로 생산성 본부로부터 200대 기업에 적용한 파일럿 테스트 결과를 받지도 않은 채, 지표의 적용 여부에 대한 검증을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지표 초안의 사회적 책임 항목에 협력사 관련 항목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협력사의 ESG 도입 여부가 중요한 지표로 책정돼 있어 문제란 지적이다.
강 의원은 “ESG가 산업 내 경영의 표준이 되는 상황에서 산업부가 용역기관에게만 지표 개발을 맡길 것이 아니라 직접 철저히 검증,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협력사에 대한 ESG 지원이나 동반성장 정도 보다 협력사에게 ESG를 요구하고 있는지가 사회적 책임 분야에 중요 지표로 포함되어 있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일럿 테스트 결과물을 보니 정보가 불충분 하면 임의 값을 부여하는 등 한계도 있어 이러한 부분이 누적되면 정부가 만드는 지표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될 우려도 있다”며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정도보다 대기업이 협력사의 ESG 도입 여부를 고려하고 관리하느냐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여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라고 언급, 협력사의 ESG를 얼마나 지원하는 지와 같은 실질적인 상생 항목은 포함되지 않아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지난 5일 산업부 국정감사에서도 이같은 우려를 밝혔다. 이에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지표의 정합성과 관련해서 산업부에서 직접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며 검토하고 있다”며 “상생협력분야의 지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ESG가 산업 내 경영의 대세를 넘어 표준이 돼가는 상황에서 산업부가 지표개발을 용역기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철저히 검증, 수정하고, 혼탁한 시장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주도해야 한다”며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책임과 관련한 실제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평가지표를 개발해 우리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