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조이고 내년 임대차법 시행 후 전세계약 갱신 만료되는 물량 풀리면 가속화 전망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임대차 시장 내 임차인들의 주거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가을 이사철 들어 임대차 가운데 월세 비중이 40%를 돌파했다가 올해 5월 다시 30% 초반대로 내려앉으면서 잠잠한 모습을 보이더니, 올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다시 40%를 찍으며 무주택자들의 주거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집계가 완료된 8월 임대차 거래 1만4701건 가운데 5996건이 월세 계약인 것으로 집계됐다. 임대차 시장 거래 가운데 월세 계약이 40.7%로, 40%를 넘어서며 월세 전환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임대차3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해 7월에는 임대차 시장 내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27.4%에 불과했다. 그러나 임대차 3법 시행 후인 10월에는 34.7%로 30%를 훌쩍 넘어서 35%에 육박했고 올해 4월에는 39.1%를 기록 40%에 육박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월세 비중이 늘고 있는 원인으로 종부세 등 보유세 인상으로 인한 부담감을 꼽았다. 집주인들이 세금에 대한 부담을 월세로 충당하려는 목적을 가지면서 전세매물이 줄고 월세매물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 임대차3법으로 보증금이 제한된 점도 집주인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돌리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여기에 최근 들어선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관리도 복병으로 월세 가속화의 주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세대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 나오면 전세시장에 머무르려 한 임차인이 결국 월세시장으로 떠밀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년 뒤인 내년 하반기에는 상황이 더 암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내년은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되면서 전세 계약갱신 만료 물량이 시장에 풀리게 된다. 전셋값 제한으로 이중가격이 고착화됐던 집주인들이 보상심리에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물량은 더 씨가 마를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 것이다.
실제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는 지난달 전세거래가 총 4건 체결됐는데 2건은 10억6000만원과 10억2000만원으로 10억원을 웃돌았지만 나머지 2건은 5억1450만원, 5억4600만원으로 5억원대에 불과했다. 계약갱신을 체결한 집주인 입장에서는 신규계약자들을 통해 10억원을 받을 수 있는 걸 절반에도 채 못미치는 5억원대 보증금을 받는데 그쳐야 했던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매물의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인 내년 8월 이후부터 집주인들이 월세매물로 돌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시장의 안정적 공급처 역할을 해 온 입주물량 역시 감소하고 있어 전세시장의 불안 및 월세시장의 가속화를 부추기고 있다. 2019년 하반기 서울의 입주물량은 2만3989가구였고, 지난해에는 하반기는 2만2786가구였는데 올해 하반기는 1만3023가구에 그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보유세 부담 증가, 입주물량 감소 등의 원인으로 당분간 임대차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