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LFP 배터리 개발 검토…사업 다각화 차원
삼성은 기존 배터리에 집중…“LFP 배터리 사업, 메리트가 없다”
LG는 가능성은 열어 두 되 기본 사업 키우기에 집중
[시사저널e=서지민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을 두고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SK온이 LFP 배터리 사업 검토를 밝힌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거리를 두고 있다. 각 사가 LFP 배터리 시장에 대한 분석을 달리하면서 같은 기술을 두고 온도차가 나타나는 것이다.
SK온은 3사 중 가장 LFP 배터리 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 5일 지동섭 SK온 대표는 미국 방문 중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LFP 배터리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중저가 자동차 등 특정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LFP 배터리는 리튬이온전지의 일종으로 양극재를 만들 때 철을 이용한다. 이에 니켈·코발트·망간 등의 원자재가 필요한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싸고 안전하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는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국내 배터리 3사는 NCM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해 왔다. 가격은 비싸지만, LFP 배터리보다 가볍고 주행거리가 길며, 빠르게 충전이 되는 등 성능 면에 더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SK온은 LFP 배터리의 저렴한 가격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만큼 완성차 업체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완성차 업체의 입장에서는 전기차 가격의 80% 이상이 배터리 가격으로 좌우되기 때문에 저렴한 배터리 사용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들 중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소형 저가 전기차를 생산하는 곳들은 LFP 배터리를 찾을 수 있다"며 "이런 고객의 니즈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LFP 배터리 사업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반적인 배터리 수요 증가에 따라, LFP 배터리 수요도 당연히 늘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요에 따른 사업 다각화 차원임을 강조했다.
반면 삼성SDI는 SK와는 상반된 행보를 보인다. LFP 배터리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분석하며 관련 사업 추진 계획에는 아예 선을 긋는 모습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대부분 LFP 배터리 분야에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 이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메리트가 확실치 않다”며 “오히려 레드오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젠5’ 같은 하이니켈 배터리(니켈 함량이 높은 NCM 배터리)에 집중해 주행거리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것이 SDI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삼성SDI보다는 관련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을 좀 더 열어두고 있다. LFP 배터리 개발을 여러 가능성 중 하나로 고려는 하지만,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의 니즈도 다양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LFP 배터리에 대한 니즈 역시 다양한 수요 중 하나로 그냥 들여다보고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향후 뛰어들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배터리 업계가 전반적으로 각자의 전략을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 전기차 시장 자체가 과도기에 있는 만큼 배터리 업계의 포트폴리오 전략은 향후 기술 및 완성차 시장 변화 상황에 맞게 변모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은 LFP 배터리 중심에서 삼원계 및 고망간 배터리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 역시 배터리 다각화를 통한 시장 대응이 필요할 시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