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먹는 코로나 치료제 2만명분 선구매 계약 체결
1인당 치료제 구매 비용 90만원 수준···가격 부담 우려 높아
임상 3상 대상자 775명 불과···“안전성·부작용 검증 부족”

코로나19 치료 알약 '몰누피라비르'./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치료 알약 ’몰누피라비르‘.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정부가 미국 제약사의 코로나19 치료제 중 ‘먹는 형태’의 경구용 치료제 2만명 분을 선구매 계약했다고 밝히면서 먹는 코로나 치료제에 대한 국내 공급 기대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보급화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데다가, 안전성에 대한 검증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효능이 입증된 경구용 치료제가 국내 도입될 경우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정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급 물량이 지나치게 적고, 시장성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정부는 먹는 치료제 구매를 위해 올해 추경에 1만8000명분, 내년도 예산안에 2만명분 등 총 362억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2만명분의 치료제는 이미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추가로 협의 중인 물량도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1인당 치료제 구매 비용은 90만원 수준으로 예상되며, 치료제 도입 후 투여 비용은 전액 정부가 부담한다. 또 미국 제약사 머크앤드컴퍼니(MSD·이하 머크)와 화이자, 스위스 제약사 로슈 등과 추가 구매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질병관리청은 추가 협의 중인 물량에 대한 계약 사항은 계약 완료 시 개발사와 협의해 공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내에 공급되는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는 모든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닌, 중증 악화 위험이 있는 고위험군 중심으로 투약된다. 

이와 관련, 앞서 지난 6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모든 무증상·경증, 젊은 연령층까지 약을 복용할 필요 없다고 보고 있다”며 “고위험 요인이 있고 위중증으로 전환될 우려가 있어서 위중증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약을 쓰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된 고위험군 중심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90만원대 가격, 고위험군 위주 처방···보급화 쉽지 않을 것”

전문가들은 먹는 코로나 치료제가 도입되더라도 보급화 기대는 아직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사용 허가가 나더라도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돼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복용할 수 있고, 안전성 확보가 부족해 중증이나 사망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에 국한해 처방된다는 점에서 위드 코로나를 앞당길 것이란 관측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코로나19 유증상자 77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3상 결과에서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는 입원·사망률을 약 5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임상시험 중간 결과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아직까지는 임상시험을 소규모로 한 것"이라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좀 더 자료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는 고위험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중증 입원·사망률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나 일반인들은 처방받기 어렵다는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는 중증과 사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는 보조적인 치료제라고 봐야 한다”며 “비용이 비싸고 고위험군 환자에게만 복용된다는 점에서 게임체인저라고 평가하긴 이르다”고 설명했다. 

김정기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는 국내 승인되더라도 안전성 위험으로 인해 전문의약품으로 승인될 것으로 본다”며 “입원률을 50% 감소시킨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임상이 대규모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한 보고는 아직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달 말에서 내달 초로 예상되는 위드 코로나 전환을 대비해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선구매 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로 진입하면 고위험군의 환자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와 내년에 약 4만명분을 선구매하겠다고 했지만 구매 물량을 이보다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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