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7개 금융지주, 추석 연휴 이후 일제히 주가 상승···BNK금융, 10.93%↑
카카오뱅크, 같은 기간 11.76% 하락···기관투자자 매도세 ‘뚜렷’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중국 헝다 그룹 파산 위기와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시화 등의 외부 변수로 국내 증시가 장기간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은행주만이 강세를 이어가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추석 연휴 휴장 이후 하락세를 거듭한 코스피 지수는 약 6개월만에 3000선 아래로 떨어졌지만 국내 금융지주의 주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에 힘입어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 8월 상장 이후 단숨에 은행 ‘대장주’ 자리에 올랐던 카카오뱅크는 은행주 중 유일하게 하락세를 보이며 시초가 근처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경쟁사 토스뱅크의 출범과 금융당국의 빅테크 규제 등 악재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주가 부양에 대한 카카오뱅크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KB금융·신한금융, 최근 8거래일 외국인 순매수 3·4위···기관투자자, 지방금융지주 쇼핑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추석 연휴 이후 국내 증시가 하락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상 수혜주’ 은행주들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7일 3140.51로 장을 마쳤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5일 2962.17(종가 기준)로 5.68% 하락했으나 같은 기간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의 주가는 모두 상승했다.
가장 큰 상승률을 보인 곳은 KB금융지주로 지난달 17일 5만2100원에서 5만4800원으로 5.18% 상승했으며 우리금융지주도 1만1050원에서 1만1450원으로 3.62% 올랐다. 기업은행이 2.94%의 상승률로 그 뒤를 이었으며 신한금융지주(1.81%)와 하나금융지주(1.58%)도 주가가 소폭 상승했다.
이러한 은행주의 강세는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한 가산금리 인상이 이뤄지자 은행권의 이자 마진이 확대되는 환경이 조성됐고 자연스럽게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가 몰리게된 것이다. 또한 증시 불황으로 주가 상승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기 힘들어지자 배당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고배당 종목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가계부채 대책발표 또한 예정돼 있어 가계대출 억제조치로 인한 가산금리 상승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은행권의 마진확보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5일까지 8거래일 동안 외국인 순매수 순위 3, 4위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동안 외국인들은 KB금융 주식 1495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며 신한금융 주식 855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378억원)과 우리금융(344억원)도 각각 상위권인 15위와 17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방금융지주는 보다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BNK금융지주의 주가는 지난달 17일 7960원에서 지난 5일 8830원으로 10.93%나 상승했으며 DGB금융지주도 같은 기간 9210원에서 9930원으로 7.82% 올랐다. 지방금융지주 중 가장 주가 상승률이 낮았던 JB금융지주(5.97%)도 KB금융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방금융지주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의 매수가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5일까지 8거래일동안 기관투자자들은 BNK금융의 주식 36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종목 중 16위에 해당하며 은행주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DGB금융 역시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들이 52억원을 순매수했으며 JB금융도 45억원의 기관 순매수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4대 금융지주 중 기관투자자가 순매수를 기록한 곳은 신한금융(114억원)이 유일하다.
◇카카오뱅크, 외국인 순매수 불구 주가 부진 지속···‘플랫폼 강조’ 전략 악수됐나
4대 금융지주와 지방금융지주들이 모두 주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현재 은행권 ‘대장주’로 불리는 카카오뱅크는 홀로 정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카카오뱅크의 종가는 6만원으로 지난달 17일(6만8000원) 대비 11.76% 하락했다. 카카오뱅크의 하락세는 6일에도 지속돼 5만8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8월 상장 시초가(5만3700원)와 주가 2위 KB금융(5만4200원)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상장 이후 최고가(9만2000원)와 비교하면 36.96% 하락한 수치다.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은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의 매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업을 영위하고 있는 특성상 다른 금융지주들과 마찬가지로 금리 인상에 따른 마진 확대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다른 금융지주를 매수하면서 카카오뱅크도 함께 매수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결과 카카오뱅크는 외국인 순매수 10위(522억원)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은 각각 334억원, 209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투자자의 순매도 규모는 다른 금융지주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작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기관투자자들의 순매도 규모는 은행주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것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와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들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식을 각각 1749억원, 614억원어치 순매도하기도 했다. 이는 전체 종목 중 각각 4위, 15위에 해당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상장 당시 ‘주가 고평가’ 논란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선택했던 ‘금융 플랫폼’ 강조 전략이 최근 국면에서 오히려 악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이 지난 8월까지는 주가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최근에는 은행주로서 금리 인상의 수혜를 보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플랫폼 기업이냐 은행이냐’라는 문제는 앞으로도 의견이 갈릴 문제”라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은행으로서 평가를 받게되면 경쟁력이 다른 은행들에 비해서 크지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플랫폼 기업으로서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 될 것 같다”며 “빅테크 규제, 토스뱅크 등 경쟁사의 출현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