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까지 마통 신규 신청 중단···신용대출도 한도도 축소
중저신용자 증대에 집중할 듯···건전성 관리 성공할까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카카오뱅크가 최근 마이너스 통장 신규 개설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고신용자 대출 확대가 어려워졌다. 중·저신용자 대출 증대 외에는 마땅히 대출 증대 방법이 없는 카카오뱅크는 건전성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 카카오뱅크가 올해 고신용자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도 수익성·건전성 모두를 챙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최근 마이너스 통장대출 신규 신청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는 가계부채의 안정화를 위한 조치다. 중단 기간은 이달 1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다.
금융당국이 카카오뱅크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높다고 지적하자 곧바로 후속조치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금융위는 강도 높은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내정되자 마자 NH농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나머지 대형 은행도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당국의 정책을 따르는 중이다.
마통 영업 중단으로 카카오뱅크는 사실상 고신용자 대출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마통은 보통 고신용자들을 대상으로 개설된다. 또 카카오뱅크는 앞서 일반신용대출 한도를 고객 연봉 수준으로 낮춘 바 있다. 올해 남은 기간 고신용자들에게 큰 액수로 신용대출을 제공할 수 없다.
카카오뱅크의 고속 성장의 핵심 요인은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 확대였다.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 금리를 시중은행보다 낮춰 대출 경쟁력을 높였다. 여기에 카카오뱅크 플랫폼 편의성이 더해지면서 'MZ세대'들을 중심으로 대출자산이 급증했다. 카카오뱅크의 6월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작년 말 대비 약 28%(3조1733억원) 늘었다. 그 결과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당기순익이 1년 전 대비 7배 넘게 오른 1136억원을 기록했다.
고신용자대출은 카카오뱅크가 건전성을 유지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작년 카카오뱅크의 전체 여신 중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0.22~0.26%를 유지했다. 5대 시중은행이 0.28~0.4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연체율도 0.2~0.23%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고신용자 대출 증대가 어려워지면서 카카오뱅크는 경영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아직 비이자이익 비중이 적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대출자산을 계속 늘려야 한다. 올해 남은 기간 대출자산을 늘리기 위해선 중·저신용자 대출을 증대하는 것 이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금융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을 늘릴 수도 없다.
카카오뱅크가 중·저신용자 대출 증대에 집중하면 그만큼 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진다. 케이뱅크는 출범 초부터 자체 상품을 통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건전성 악화라는 대가를 치뤘다. 카카오뱅크도 건전성 관리에 실패하면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 상황보고서’를 통해 “부실위험이 높은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확대는 연체율 상승 등 인터넷은행의 경영건전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또한 인터넷은행의 신용대출 확대 과정에서 금융기관 간 대출경쟁 증대는 향후 가계부채 관리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가 고신용자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도 건전성 관리에 성공하고 실적도 높인다면 시장의 평가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자체 신용평가모델(CSS)을 고도화해 건전성 관리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금리가 높기 때문에 대출자산 부실화 문제만 겪지 않으면 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 카카오뱅크는 충분히 성장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중금리대출 확대로도 수익성·건전성 모두를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