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위 등 소속 민주당 초·재선 의원 10명으로 구성된 ‘유니콘팜'···“플랫폼-직능단체 갈등 직접 중재하겠다"
유니콘팜 이소영 의원, 7일 중기부 장관 국감에서 변협-로톡 관련 질의 예정
업계 “합의 실패 사례 되풀이 않도록 철저한 준비 필요"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최근 플랫폼 스타트업과 전문직 업계 간 갈등이 점점 격화되자 민주당 내 초·재선 의원들이 직접 중재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신산업 갈등을 봉합해 혁신과 가능성의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최근 법무부가 플랫폼 갈등에 대해 직접 개입을 꺼리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자, 이들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업위)를 포함한 주요 상임위 소속 민주당 초·재선 의원 10명은 스타트업의 유니콘 성장을 위해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범상임위 조직으로서 규제혁신과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게 목표다.

유니콘팜에는 대표의원을 맡고 있는 산자위 간사 강훈식 의원과 이소영·홍정민(산업위), 박상혁(국토위), 전재수(정무위), 한준호(과방위), 유정주(문체위), 신현영·고민정(복지위), 장철민(환노위)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유니콘팜 소속 의원들은 지난달 30일 친전을 통해 “20대 국회에서 택시업계와 타다 간에 불거진 혁신 갈등은 21대 국회에서 변협과 로톡, 의협과 강남언니의 대립으로 이어졌다”며 “국회가 신산업 갈등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유니콘팜 소속 의원들이 국회에서 1호 법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강훈식 의원실

현재 플랫폼 스타트업과 직능단체 간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는 모양새다. 법률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 해결을 위해 설립한 변호사광고플랫폼 로톡은 대한변호사협회와, 성형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와 충돌했다. 안경 쇼핑 앱들도 한국안경사협회와 갈등의 폭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유망 플랫폼들의 성장과 기존 이익단체들과의 상생을 위해 정치권의 중재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6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신산업 관련 연구 보고서에서도 신산업 관련 갈등에 대한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필요하다는 기업들의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산업 갈등과 관련 정부의 ‘중재 및 개선자 역할’에 대해 48.7%가 부정적으로 응답한 반면 긍정적인 응답은 12.7%에 불과했다.

최근 법무부가 리걸테크 산업 정착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이해당사자가 구성원에서 제외되면서 업계에선 법무부가 직접 중재를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아쉬움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유니콘팜이 우려를 표하며 중재자를 자처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일 강훈식 의원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신산업 갈등 해결을 위해 구축한 ‘한걸음 모델’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유니콘팜이 중재자로 나서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유니콘팜 주도로 협상 테이블을 차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모든 이해당사자들과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영 의원실 관계자는 오는 7일 열리는 중소벤처기업부 등 국정감사에서 로톡-변협 논란에 대해 장관 질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출신인 이소영 의원은 플랫폼 스타트업에 대한 무조건적 옹호가 아닌 소비자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질의에 나설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유니콘팜 소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의 내년 중기벤처 공약에 신산업 관련 대통령 직속 기구 출범이 포함돼 있다”며 “유니콘팜을 중심으로 당이 어느 정도 대비를 해두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니콘팜의 중재 움직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리걸테크산업협의회장은 “로톡이나 변협보다 최대 이해당사자는 법률 서비스를 소비하는 주체인 국민”이라며 “민주당의 중재 움직임을 환영하지만, 대화 테이블에서 소비자 단체 등 국민 입장을 대변할 목소리도 반영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앞서 정치권의 중재에도 합의 도출에 실패했던 사례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타다 사태를 시작으로 정치권의 신산업 갈등 중재는 번번이 실패해 왔다”며 “또 흐지부지 끝나지 않도록 보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걸음 모델은 지난해 6월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하자는 취지에서 사회적 타협을 위해 결성됐지만,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지난해 도수 있는 안경의 온라인 판매 스타트업 딥아이와 안경사협회 간 갈등 해결을 위해 한걸음 모델 상생조정기구 회의에서 수차례 논의가 이뤄졌지만, 사실상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유니콘팜이 중재에 나선다고 해도 실제 이익단체들이 대화에 응할지도 미지수다.

로톡과 갈등을 빚고 있는 변협의 김신 수석대변인은 “유니콘팜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본적으로 불법 단체인 로톡과는 대화하지 않는 게 변협 방침“이라며 ”변협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집중하겠다“고 못박았다.

한편 유니콘팜은 올 3월 1호 법안인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유경제 3법’ 이어 8월에 중소벤처기업의 광고 마케팅 전 과정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2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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