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그룹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업계 일각에선 일본 불매운동 영향
슈에무라=일본 인식에 매출 급감···면세점에서만 판매 이어가기로

현대백화점 신촌점 슈에무라 매장. / 사진=한다원 기자
현대백화점 신촌점 슈에무라 매장. / 사진=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일본 화장품이어서 구매 안한지 오래됐어요.”

일본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가 금일부로 면세점을 제외한 유통채널에서 철수한다.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슈에무라 브랜드 영업을 종료하기로 했다는 것이 로레알그룹 측 입장이지만, 업계 일각에서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한 매출감소가 철수 배경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로레알그룹은 슈에무라 국내 사업을 철수한다고 밝혔다. 슈에무라는 일본 메이크업 아티스트 우에무라슈가 1958년 창업한 화장품 브랜드다. 슈에무라 철수는 국내 사업 16년만으로, 올해 초부터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수나적으로 폐점했다.

백화점에서의 마지막 운영날인 이날 슈에무라는 롯데백화점 노원·중동점,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현대백화점 신촌·킨텍스·중동·대구점 등 총 7개 매장에서만 운영을 이어갔다. 또 뷰티편집숍 세포라·올리브영·시코르 등에서도 슈에무라 제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중 기자는 롯데백화점 노원점,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현대백화점 신촌점을 잇따라 방문했다.

롯데백화점 노원점 슈에무라 매장 매대가 텅 비어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롯데백화점 노원점 슈에무라 매장 매대가 텅 비어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롯데백화점 노원점 슈에무라 매장 매대가 텅 비어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롯데백화점 노원점 슈에무라 매장 매대가 텅 비어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슈에무라 직원들은 모두 매장 정리에 한창이었다. 기자가 방문한 슈에무라 매장에는 큰 박스가 놓여져 있었다. 직원들은 매대 서랍에 담긴 남은 재고들을 파악하며 손님을 맞았다. 순차적으로 매장을 정리해왔던 슈에무라는 매장마다 인기 제품 ‘하드포뮬라’만 판매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인기 제품은 품절돼 일부 색상만 한정 판매했다. 운영 마지막날인 만큼 일부 매대는 텅 빈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슈에무라 영업종료는 올해 3월 결정됐다. 당시 크리스티앙 마르코스 아르나이 로레알코리아 대표는 사내 이메일을 통해 슈에무라 임직원들에게 국내 사업 종료를 알렸다.

아르나이 대표는 “회사의 향후 성장 전망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와 평가에 따라 한국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브랜드에 집중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극대화하고, 국내 뷰티 시장의 카테고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로레알코리아 측은 “브랜드 포트폴리오 변경 차원의 영업 종료”라고 밝혔으나 한국 시장 매출 감소가 원인으로 거론됐다. 로레알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로레알코리아 매출은 3376억원으로 1년전(3418억원) 대비 1.2% 감소했다. 특히 슈에무라는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 불매운동 이후 백화점 매출이 약 20% 감소했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한 국내 매출 감소가 브랜드 철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슈에무라 매장. / 사진=한다원 기자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슈에무라 매장. / 사진=한다원 기자

이날 백화점에서 만난 직장인은 “한동안 슈에무라 제품은 2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일본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대체품을 쓰고 있다”며 “주변 친구들도 슈에무라 제품을 끊은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코로나19 전에 면세점 필수 구매리스트에는 슈에무라가 꼭 있었다”며 “일본 제품만 아니었어도 계속 구매했을 것”이라고 했다.

슈에무라 한 직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색조 화장품 판매가 줄기도 했지만 일본 불매운동 영향으로 슈에무라를 찾는 손님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한 철수는 비단 슈에무라에만 적용된 것은 아니다. 일본 불매운동 사태 이후 국내에서 유니클로 점포수는 크게 줄었고, 유니클로의 자매브랜드 GU, DHC 등도 국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일본 맥주도 수요가 크게 줄어 편의점들은 발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슈에무라 매장. / 사진=한다원 기자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슈에무라 매장. / 사진=한다원 기자

로레알코리아 관계자는 “전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국내 슈에무라 온·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단계적으로 종료했다”며 “대신 면세점 온·오프라인 매장은 계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화점에서 근무하던 슈에무라 직원들은 다른 브랜드로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로레알·샤넬·시세이도 백화점 명품 화장품 매장 서비스직 노동자들은 추석 연휴 기간 거친 총파업을 10월까지로 연장했다. 이들은 유니폼을 입지 않고 출근하고 있다. 공동파업도 이번이 처음이다.

서비스연맹은 코로나19 확산 위협에 따른 기본권 보장, 불이익 해소를 거론하고 있다. 코로나19와 방역 수칙 등으로 인해 백화점 오프라인 영업에 제한이 생겨 본사 공식몰을 통한 온라인몰 판촉이 강화돼 오프라인 점포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특히 직원들은 기본급이 낮아 매출에 따른 성과급에 의존해왔는데 온라인몰로 판매 경로가 쏠려 실질 임금이 급감했다고 주장한다. 파업에 참여하는 로레알코리아 조합원수는 1000여명, 샤넬코리아는 400여명, 한국시세이도는 200여명으로 총 160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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