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부진에 희망공모가 하회 공모가 확정···공모청약 흥행 '경고등'
대기업 시장진출 우려·구주매출 위주·공모가 산정방식 논란 등 악영향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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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다음달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앞둔 중고차거래 플랫폼 케이카의 공모청약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공모가가 희망공모가범위 아래에서 확정됐기 때문이다.

케이카의 이번 수요예측 부진은 대기업의 중고차거래 시장진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지나치게 높은 구주매출 비중, 공모가 산정방식에 대한 논란 등이 겹치면서 투심이 악화된 것이 배경으로 파악된다.

케이카 IPO과정에서 대표상장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의 역할이 아쉽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0년부터 공모가가 희망공모가범위를 밑도는 IPO는 총 6건에 불과한데 이 가운데 NH투자증권이 상장주관을 맡은 IPO는 4건에 달한다.

◇ 케이카 수요예측 참사···청약흥행 ‘빨간불’

30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다음달 1일까지 이틀동안 케이카 공모청약이 진행된다. 청약신청은 대표상장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인수단으로 참여한 대신증권,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에서 가능하다.

케이카는 지난 27~28일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거뒀다. 케이카의 희망공모가범위는 3만4300~4만3200원이었는데 수요예측 경쟁률이 올해 최저수준인 40대1에 그치면서 공모가가 희망공모가범위 하단보다 27% 낮은 2만5000원으로 확정됐다.

공모주식물량도 1683만288주가 예정되어 있으나 20%가 감축되면서 1346만4231주로 결정됐다. 이에 공모규모도 당초 5773억~7271억원에서 3366억원으로 축소됐고 상장 후 공모가기준 시가총액도 1조6494억~2조773억원에서 1조2022억원으로 줄었다.

당초 케이카는 9월 IPO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받았기에 공모청약을 앞두고 실시된 수요예측에서의 부진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케이카는 SK그룹이 운영하던 SK엔카의 직영매장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2018년 4월 인수하면서 출범한 회사다. 한앤컴퍼니는 이후 CJ그룹 자회사인 조이렌터카를 사들여 케이카에 합병했고 2018년 말에는 중고차와 할부금융을 결합한 ‘케이카캐피탈’도 설립했다. 6월말 기준 케이카 오프라인 매장은 41곳, 임직원은 936명에 달한다.

케이카의 실적 성장세는 가파르다. 인수 당해인 2018년 매출 7428억원, 영업이익 106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조3231억원, 영업이익 376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9106억원, 영업이익 385억원을 냈다.

실적 성장에도 케이카의 수요예측이 부진했던 배경으로는 크게 3가지가 꼽힌다.

우선 현대차 등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 중고차 사업은 2019년 2월까지는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제한됐지만 지정기한이 만료된 현재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중고차 사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두 번째로는 지나치게 높았던 구주매출 비중이 꼽힌다. 구주매출은 주주가 회사의 장기성장성에 배팅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에 IPO에 대표적 악재로 꼽힌다.

이번 케이카 IPO는 한앤컴퍼니의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SK엔카 직영사업 인수당시 2000억원가량을 지불했고 이후 조이렌터카 인수에서도 500억원 가량을 지출했다.

한앤컴퍼니는 당초 전체 공모주식 1683만288주 가운데 92.86%에 해당하는 1562만8124주를 구주매출함으로써 최소 5360억원 이상을 회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구주매출은 기관 투심을 극도로 악화시켰고 구주매출 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336만6057주가 줄어든 1346만4231주로 결정됐다. 한앤컴퍼니가 이번 IPO를 통해 회수하는 금액도 3366억원으로 감소했다.

공모가 산정 방식을 둘러싼 잡음도 수요예측 과정에서 악영향을 끼쳤다. 케이카는 상장을 위한 기업가치 측정과정에서 PER(주가수익비율)이 아닌 PSR(주가매출비율)을 사용했다. PSR은 주가를 주당 매출액으로 나눈 것으로 주로 적자를 내지만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플랫폼기업의 기업가치를 측정할 때 사용된다.

하지만 이를 놓고 케이카의 매출 대비 낮은 영업이익률을 감추기 위한 공모가 산정방식이라는 지적도 그치지 않았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PER 기반 P/E 지표를 적용해보면 케이카의 희망공모가범위는 올해 상반기 실적 기준 33~41배에 해당한다”며 “롯데렌탈이 13~14배 수준의 평가를 받는 것을 고려할 때 수익성 측면에서 밸류에이션이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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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희망공모가 미달 6건

케이카처럼 공모가가 희망공모가범위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확정된 IPO는 2019년까지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2019년 하반기에는 무려 15건의 IPO가 희망공모가범위에도 못 미치는 공모가를 확정받고 상장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부터는 단 6건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고바이오랩, 에이플러스에셋어드바이저 등 3건이었고 올해는 에스앤디, 프롬바이오, 케이카 등 3건이다.

이 가운데 NH투자증권이 대표상장주관을 맡은 IPO는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에이플러스에셋어드바이저, 프롬바이오, 케이카 등 무려 4건에 달한다. 비율로 따지자면 66%에 해당한다.

NH투자증권의 4건 IPO를 살펴보면 케이카를 포함해 모두 상장 당시 실적이 고성장하고 있었다.

우주항공부품기업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으로는 최초로 테슬라 요건 상장(이익미실현기업 상장특례)로 상장한 회사였다. 

독립법인보험대리점(GA) 에이플러스에셋어드바이저는 상장 당시 기준 2015년 이후 5개년 연평균 성장률이 매출액 7.7%, 영업이익 38.6%, 순이익 34.7%에 달했다. 

건강기능식품회사 프롬바이오 역시 최근 3년동안 매출성장률이 연평균 58.5%였던 회사로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매출은 75% 증가한 1080억원, 영업이익은 293% 늘어난 210억원을 냈다.

하지만 수요예측 과정에서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는 흑자전환에 대한 의구심이 발목을 잡았고 에이플러스에셋어드바이저는 보험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해소되지 않았다. 프롬바이오 역시 앞서 상장 후 부진했던 유사기업 에이치피오와의 차별성 부각에 실패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NH투자증권이 IPO기업이 가지고 있는 공모가 산정 근거 및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시키기 위해 기관을 상대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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