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청약한 단지 평균경쟁률 수십대 일 넘었으나···공급물량 절반 안팎으로 재공급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내 나홀로 아파트가 주택 공급물량 부족으로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인기와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할 것이란 조바심에 이른바 묻지마 청약수요가 늘면서 청약경쟁률은 높아졌지만, 정작 당첨 후에는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으로 인한 미계약 등의 이유로 줍줍 물량이 많이 풀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3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서 공급된 에비뉴 청계2 평균 청약경쟁률은 20.3대 1을 기록하며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감하는 듯 했다. 그러나 전체 81가구 가운데 1/3에 달하는 27가구가 최근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재공급됐다. 비슷한 시기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공급된 브이티스타일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평균경쟁률은 35.9대 1을 기록했지만 47가구 가운데 33가구가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정도로 실제 계약까지 성사된 건 소수에 불과했다.

지난달 관악구 신림동에서 공급한 신림스카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 단지는 빌라촌에 위치한데다 지하철 2호선 봉천역과 도보로 20분이 넘는 비역세권이지만 평균 청약경쟁률 23.1대 1로 1순위를 마감했다. 이 단지의 56.56㎡(1가구) 타입에는 246명이 접수하며 최고 경쟁률은 246대 1까지 치솟았다. 경쟁률이 높았던 전용 56.56㎡의 청약 가점 커트라인은 64점이다. 3인 가구(15점)가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을 만족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그럼에도 전체공급물량인 43가구의 50%가 넘는 27가구가 줍줍으로 다시 풀렸다.

나홀로 아파트는 수요자가 주택 구매시 중요하게 여기는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또 최근 주거트렌드인 대규모 커뮤니티도 없어 생활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량이 해마다 감소하고 집값이 급등하자 나홀로 아파트까지 눈길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었다. 특히 전세살이를 벗어나려는 수요자에게 실거주 목적으로 나홀로 아파트가 주목받았다.

다만 최종 계약까지 뜨거운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면서 비주류 주택형태인 나홀로 아파트 시장의 거품도 서서히 꺼져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나홀로 아파트는 시세 형성이 대단지보다 어려워 선호하는 주택형태가 아님에도 그간 일단 넣고보자는 청약수요자들의 심리로 거품이 껴있었다”라며 “집값 고점론이 나오고, 3기신도시 사전청약이 진행되는 등의 요인에 심리적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향후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을 때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포기하는 이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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