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탄소배출권 ETF 2종 상장···1종씩 출시한 삼성·NH-아문디와 경쟁
지난해 7월 미국 증시 상장된 탄소배출권 ETF 'KRBN' 성공 재현 기대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신한자산운용이 탄소배출권 상장지수펀드(ETF) 2종을 동시 상장하면서 삼성자산운용·NH-아문디(Amundi)자산운용과 탄소배출권 ETF 시장 선점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신한자산운용은 올해 초 BNP파리바자산운용과 결별한 이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ETF 강화라는 양대 경영목표를 주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 탄소배출권 ETF 상장은 두 가지 경영목표의 교집합에 해당하기에 신한자산운용으로서는 의미가 남다르다.
◇ 신한자산운용, ‘KRBN’ 대체할 수 있을까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0일 신한자산운용을 비롯해 탄소배출권 선물에 투자하는 ETF 4종이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삼성자산운용에서는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를 출시하며 NH-아문디자산운용에서는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을 상장한다. 이에 맞서 신한자산운용에서는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와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 2종을 상장한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기업은 넘치거나 남는 배출량을 배출권 형태로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현재 글로벌 탄소배출권 거래는 유럽거래소(EUA)에서 74%가 이뤄지며 미국 캘리포니아(CCA), 미국 북동부(RGGI) 거래소 등에서도 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유럽탄소배출권 ETF’와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 ETF’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인 ICE데이터지수(ICE Data Indices)에서 산출하는 지수를 추종한다. KODEX 유럽탄소배출권 ETF는 ICE EUA 카본선물지수를,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 ETF는 ICE 글로벌 카본 선물지수를 추종한다.
반면 신한자산운용의 ‘SOL 글로벌 탄소배출권 ETF’는 IHS마킷 글로벌 카본 지수를,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는 S&P(스탠다드앤푸어스)의 유럽연합 탄소배출권(EUA) 선물지수인 GSCI Carbon Emission Allowances(EUA)(EUR)ER 지수를 추종한다.
이 가운데 SOL 글로벌 탄소배출권 ETF는 지난해 7월 미국 증시에 상장된 크레인쉐어즈의 ‘글로벌 탄소 ETF’(KRBN)와 포트폴리오가 같기에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두 ETF가 추종하는 IHS마킷 글로벌 카본 지수는 유럽과 캘리포니아, 미국 북동부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으로 구성되어 있다.
KRBN은 글로벌 탄소배출권 ETF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ETF로 올해에만 7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KRBN은 꾸준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면서 국내 서학개미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상장 당시 20달러였던 주가가 현재 2배로 뛴 상태다.
KRBN 때문에 국내에서도 탄소배출권 ETF 출시를 바라는 투자자들이 그동안 적지 않았다. 탄소배출권 ETF는 글로벌 증시와 상관관계가 낮기에 헤지용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에 좋은 ETF라는 장점이 있다. 또한 원자재 ETF와 달리 보관비용이 없고 만기가 다가오는 월물간 가격차이가 없기에 롤오버 비용에 따른 가격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에 탄소배출권 ETF는 장기적으로도 탄소배출권 가격과 비슷하게 움직일 수 있어 장기투자에도 적합하다.
탄소배출권 가격과 거래량 역시 꾸준히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탄소배출권 거래대금은 2290억유로로 전년대비 19% 성장했고 올해 8월까지 누적 선물 거래대금도 2800억 유로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 'BNP파리바와 결별' 신한자산운용, ESG·ETF에 중점
신한자산운용은 신한금융지주가 BNP파리바 지분 35%를 인수하면서 올해 1월부터 신한금융지주의 100% 자회사가 됐다. 사명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서 '신한자산운용'으로 변경했다.
신한자산운용은 그동안 BNP파리바의 느린 의사결정 속도와 보수적 태도 때문에 사업확장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연임한 이창구 대표를 중심으로 올해부터 ESG와 ETF 강화라는 양대 경영목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올해 4월에는 ESG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펀드(ELF)를 출시했고 이달에는 탄소중립사회 전환 움직임에 수혜가 예상되는 글로벌 기업에 선별 투자하는 ‘신한글로벌탄소중립솔루션펀드’ 등도 선보였다. 지난 7월에는 국내 운용사 최초로 세계 자산운용사의 탄소중립운동인 `탄소중립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ZAMI)에도 가입했다.
그동안 펀드에 집중했던 경영전략에서도 벗어나 ETF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자산운용사들이 시장점유율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는 ETF 시장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말 기준으로 신한자산운용이 운용하는 ETF는 총 5개로 순자산총액이 3700억원가량에 불과하다. 시장점유율 역시 0.57% 수준에 그쳤다.
신한자산운용은 신한금융그룹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ETF브랜드부터 SMART에서 SOL로 바꾸었고 올해 3월 ETF를 총괄하는 ETF운용센터를 신설한 다음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 팀장 출신인 김정현 센터장을 영입했다. 상품개발을 위해 상품팀에는 삼성증권 출신 박수민 부장을 영입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이달 14일에는 S&P500 ESG지수를 추종하는 ‘SOL 미국 S&P500 ESG ETF’를 증시에 상장시켰다.
이번 탄소배출권 ETF는 ESG와 ETF가 결합한 두 번째 결과물인 셈이다. 신한자산운용은 이창구 대표와 김정현 센터장이 직접 3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적극적으로 탄소배출권 ETF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