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기준 총잔고 145조원 육박···1년 전 대비 20% 증가
사모펀드 및 파생상품 규제에 문턱 높아져 랩 상품 대안 떠올라
특정 테마 투자 등 아이디어 상품 대거 나온 점도 자금 유입 요인 분석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성장세가 주춤했던 일임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종합자산관리) 시장이 올 들어 가파른 자금 유입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랩어카운트의 상품 다양성이 개선된 데다 문턱이 높아진 사모펀드의 대안으로 꼽히면서 투자자들이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에 직접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어 지속적인 성장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의 총 잔고(평가금액)는 144조1916억원이다. 1년 전 120조8874억원 대비 20% 가량 증가했다. 계약 건수도 지난해 7월 누적 190만8597건에서 202만3743건으로 11만건 넘게 늘었다. 2019년 한 해 동안 3만건 증가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랩어카운트는 감싼다는 뜻의 영어 단어 ‘랩(wrap)’과 계좌를 의미하는 ‘어카운트(account)’가 결합된 말이다. 투자자가 증권사에 돈을 맡기면 증권사가 투자자문과 포트폴리오 구성, 운용 등 전반적인 과정을 담당하는 개인별 자산관리 서비스다. 전문가에 운용을 맡기는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2003년 판매를 시작으로 전성기를 맞다 2010년대 중반 들어 성장세가 둔화됐던 상황이었다.
개인 직접 투자 시대가 열린 것을 감안하면 랩어카운트 시장의 성장세는 특히 주목된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은 두드러졌는데, 지난해 1월 29조원 수준이던 개인 증시 예탁금은 현재 70조원을 넘나들고 있다. 대조적으로 간접투자의 대명사인 주식형 공모펀드의 경우 최근 2년 동안 14조원이 빠져나갔다.
랩어카운트 시장이 이처럼 성장한 배경에는 우선 간접투자 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꼽힌다.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지 사태가 지난 2019년 발생하면서 자산가들의 주요 투자처였던 사모펀드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됐다. 심지어 은행에서는 한동안 사모펀드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소액 투자자들의 국민 투자상품이었던 ELS(주가연계증권)의 경우 지난해 불거진 마진콜(추가증거금 요구) 이슈와 맞물려 규제가 확대됐고 기대 수익률도 일반 주식 투자에 비해 낮아 인기가 시들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랩어카운트가 이들의 대안 중 하나가 된 것이다. 특히 최소가입 금액이 낮아지면서 자산가들뿐만 아니라 소액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진 점이 주효했다. 랩어카운트는 과거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 수준이었지만 최근엔 평균 1000만원대로 낮아졌다. 일부 증권사에선 10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랩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랩어카운트 상품의 다양성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요인으로 해석된다. 과거 주식과 채권 위주의 단순한 구성에서 최근에는 2차전지나 5G 등 특정 테마에 투자하는 랩 상품도 나오고 있다. 증여에 필요한 신고서비스 대행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이색적인 증여랩 상품도 나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만큼 랩 상품의 다양성이 증가했고 그 중에서 투자자들의 입맛을 당긴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향후 랩 시장의 성장 기대감도 높아진 상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경우 최소가입 금액이 3억원으로 진입장벽이 높아졌다. 일반 공모펀드와 비교해서는 랩 상품이 보다 유연하게 운용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며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직접 투자의 난이도가 높아진 상태여서 랩 상품이 하나의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