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 이어 강 대표도 미국 출장길 올라
미국 유통시장 점검, 연내 PK마켓 오픈 목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 사진=이마트
강희석 이마트 대표. / 사진=이마트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이마트가 중국, 베트남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사업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정용진 부회장과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잇따라 미국 출장길에 오른 만큼, 이마트는 프리미엄 아시아푸드를 내세워 미국시장 안착은 물론 미국 소비사를 공략할 계획이다. 그간 이마트의 굵직한 사업을 도맡아온 강 대표의 리더십이 해외에서도 발휘될지 관심이 모인다.

28일 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강 대표는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이는 취임한지 2년여만의 첫 해외 출장으로, 미국 유통시장을 둘러보고 사업 점검차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도 올해 초 미국 출장에 나섰던 만큼, 이마트가 미국에 거는 기대도 크다.

강 대표는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소비 유통부문 컨설턴트로서 2009년부터 이마트의 경영 컨설팅을 맡아왔다. 현재는 이마트와 SSG닷컴 대표를 겸직하며 신세계그룹의 온오프라인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이마트에 합류 당시 강 대표는 정 부회장에게 오프라인 중심인 이마트의 체질을 온오프라인 통합으로 재편하고 미국 등 선진 소비재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미래전략보고서 형태로 건의했다. 

그간 강 대표는 취임 이후 이마트의 굵직한 사업을 맡아왔다. 수익성이 부진한 부츠, 삐에로쇼핑, 쇼앤텔 등 전문점을 철수했다. 비효율적인 전문점은 정리하고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리뉴얼해 그로서리 매장 확대로 대형마트 1위 타이틀을 굳건히 했고, 코로나19에도 사상 첫 ‘연매출 20조원’을 달성했다. 또 이베이코리아 인수, 스타벅스코리아를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번에 이마트가 미국 시장에 드라이브를 거는 데는 미국 유통 시장이 서서히 반등하고 식료품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데 있다. 이마트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지 2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도 내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 미국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3% 증가한 115억원을 달성했다. 그간 이마트가 해외 시장에서 거둔 성적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

이마트가 미국 시장에서 서서히 존재감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과 베트남에서의 경험이 있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정부 규제로 2019년에 사업을 완전히 철수했다. 베트남도 2015년 진출했지만 규제 등에 막혀 사업 확장이 힘들어졌다. 현재 베트남 법인은 베트남 기업인 타코(THACO)에 매각해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마트는 중국, 베트남 때처럼 직접 점포 진출 대신 미국에서는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마트는 2018년 미국 법인 PK리테일홀딩스를 통해 미국 프리미엄 슈퍼마켓 굿푸드홀딩스를 약 3094억원에 인수했다. 굿푸드홀딩스는 미국 서부지역을 거점으로 24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또 2019년에는 굿푸드홀딩스를 통해 유기농식품 슈퍼마켓 뉴시즌스마켓을 약 3236억원에 인수했다. 2년 동안 6000억원을 들여 미국 유통업체를 사들인 것이다.

미국은 중국, 베트남과 달리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하다. 이로써 이마트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현지기업을 인수해 실패 확률을 줄였고, 호실적을 거두는 데도 성공했다. 이마트는 연내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스앤젤레스에 독자적 글로서란트 매장 ‘PK마켓’ 론칭도 준비하고 있다. 그로서란트는 식료품점과 음식점을 결합한 매장이다.

다만 이마트는 월마트, 코스트코 등과 같은 미국 현지 대형마트와 맞서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PK마켓은 미국 대형마트와 차별점이 있고 취급하는 상품, 경영 방향도 다르지만 이마트가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월마트와 코스트코 두 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강희석 대표를 중심으로 굵직한 사업을 성공해왔고 해외 사업 경험도 있어 미국에서는 꾸준히 성과를 낼 것으로 본다”며 “국내에서도 그로서리 매장으로 리뉴얼해 흑자 경영을 이어온 이마트가 미국에서도 식료품 매장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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