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상의 회장으로 매일 면회···영치물품 특정해 법인카드 결제”
법조계 “업무상 횡령·배임 소지···수원상의 “회계감사 따라 조치”
홍지호, 27일 돌연 수원상의 회장서 ‘일신상의 사유’ 사퇴
2019년 4월 ‘가습기메이트’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구속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이름이 알려진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이사가 구속수감 시절 자신이 회장(23·24대)으로 있던 수원상공회의소(수원상의) 법인자금으로 영치물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수원상의는 감사 후 적법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110년 역사를 가진 경제단체를 사유화했다는 비판과 함께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형사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시사저널e 취재결과, 수원상의는 홍 전 대표이사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서울구치소에 구속돼 있던 지난 2019년 4월부터 20차례에 걸쳐 97만원의 영치물품을 넣고, 지출품의서를 작성했다.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개발·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낸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구속됐던 그는 같은 해 8월30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기간 홍 전 대표이사는 수원상의 직원들에게 면회를 요구하고, 영치물품을 개인 최대치로 넣도록 했다.
수원상의 한 관계자는 “보석으로 나올 때까지 주말을 제외한 매일 직원들에게 면회하도록 했다”며 “‘빵이나 참치는 구매 한도로, 무말랭이는 넣지 말라’는 등 영치물품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원상의 직원들이 돌아가며 면회를 하러 갔다”며 “(홍 전 대표이사가) 품목을 전달하면 법인카드로 구매해 영치물품을 넣어줬다”고 했다.
수원상의는 공금이 홍 전 대표이사의 영치물품에 사용됐다고 인정했다. 다만 금전을 지급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수원상의 측은 “홍 전 회장의 구속수감 시 금전이 아닌 취식 목적의 과일 등을 수원상공회의소 법인카드로써 집행한 것이 확인됐다”며 “추후 회계 감사에 따라 적법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판사출신 한 변호사는 “홍 전 대표이사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수원상의 업무와 관련해 구속된 것이 아니다”며 “법인카드로 영치물품을 넣도록 했다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SK케미칼이나 SK그룹 차원에서 회계처리가 이뤄졌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사적 이슈에 법인인 상공회의소 카드를 이용한 것이라면 법적 책임이 따를 소지가 있다”며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더라도 경제계 단체 회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사저널e는 구체적 사실관계를 재확인하고 홍 전 대표이사의 입장을 듣고자 전화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홍 전 대표이사는 답하지 않았다.
홍 전 대표이사는 지난 27일 수원상의 회장에서 물러났다. 수원상의는 그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했다고 설명했다. 홍 전 대표이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