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딴 사망사고에 국감 증인 후보로 거론
환노위, 사고 원인·재발방지책 집중 추궁할 듯
“사고 예방 논의 아닌 면박주기 될까 우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다음 달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에 건설사 CEO들이 대거 소환될 전망이다. 올해 건설 현장에서 유난히 사망사고가 많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추궁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 학동 붕괴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과 3년 연속 사망사고가 발생한 태영건설∙현대건설 등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28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다음 달 1일부터 3주간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김형 대우건설 사장, 이재규 태영건설 사장,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 등 대형 건설사 CEO들을 국감 증인 명단에 올렸다. 사고가 다수 발생한 건설사를 불러 사망사고 발생 원인과 재발방지책을 듣는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건설사들이 증인 채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증인 채택이 최소화되면서 김형 대우건설 사장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환노위는 올해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만큼 건설사 CEO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증인 후보로는 HDC현산과 태영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HDC현산은 올해 들어 사망사고를 가장 많이 냈다. 지난 6월 9일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구역 철거 작업 중 건물 붕괴사고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당했다. 국토교통부에선 붕괴사고가 무리한 해체 방식과 안전검토 생략, 현장 안전점검 미비 등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인재(人災)라고 결론 내렸다. 환노위는 정몽규 HDC현산 회장을 불러 관련 내용을 직접 듣겠다는 계획이다.
HDC현산 다음으로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한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태영건설이다. 각각 5명, 4명의 현장 사고 사망자를 냈다. 대부분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였다. 두 건설사는 올해 3년 연속 사망사고 발생을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산업안전보건 특별 감독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 대우건설과 GS건설, 삼성물산 등에서도 올해 상반기 내 사망자가 발생했다. 10대 건설사 현장에서 잇딴 참사가 일어나자 건설 현장의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만큼 안전 문제에 대한 비판 수위와 강도가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최고경영자(CEO)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자는 게 주요 골자다. 정부는 오늘(28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확정 지었다. 국무회의를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증인으로 거론된 각 건설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감은 증인 출석 자체로도 업체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며 “사고 예방를 위한 논의장이 아닌 사장 면박주기 형태가 재현되는 경우가 많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도권 경쟁에 나서려는 각 의원들의 공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