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음료 주문시 리유저블 컵에 제공
친환경 내세웠지만 그린워싱에 불과

28일 '리유저블 컵 데이'에 스타벅스 화곡DT점을 찾은 고객이 주문하고 있다./ 사진=김지원 기자
28일 '리유저블 컵 데이'에 스타벅스 화곡DT점을 찾은 고객이 주문하고 있다./ 사진=김지원 기자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스타벅스가 28일 하루 제조 음료를 주문하면 리유저블 컵에 제공하는 이벤트를 연다. 스타벅스 50주년을 맞아 환경보호 메시지를 전하고 다회용 컵 사용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개인 컵을 가져오는 사람에게도 리유저블 용기를 제공해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이날 하루 리유저블 컵 제공 행사를 한다. 별도로 추가 금액을 내지 않고 음료만 주문해도 이 컵을 받을 수 있다.

한정 수량의 리유저블 컵 지급 소식을 접한 고객들은 아침 일찍 가서 용기를 여러 개 받아오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회용 컵이 이미 많이 있지만 굿즈 모으기 차원에서 방문하겠다는 소비자도 다수 나타났다.

스타벅스 앱은 이날 내내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리유저블 컵이 선착순 제공이라 사이렌오더로 미리 주문하고 방문하는 이들로 동시접속자가 많아져서다. 이날 오후 1시쯤에는 대기 인원이 7300명이 넘어 5분에 가까운 대기 시간이 발생했다.

매장은 리유저블 용기를 받으러 온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오전 11시 30분에서 1시 사이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주문을 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주문이 몰려 음료를 받기까지 1시간 30분 이상 걸려서다. 일부 고객은 대기 시간을 감수하고도 리유저블 컵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컵 종류는 2가지다. 차가운 음료와 따뜻한 음료의 컵이 다르다. 두 가지 컵을 모두 모으기 위해 음료를 두 개 이상 시킨 이들도 많았다. 이날 스타벅스에 방문한 A씨는 “오전 일찍 와서 아이스 음료 컵을 받고 점심쯤 핫 전용 컵도 받았다”며 “음료를 받기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리유저블 컵은 1회당 20개까지 받을 수 있다. 더 많은 소비자가 리유저블 컵을 접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는 게 스타벅스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인당 20개가 아니라 회당 20개 때문에 사실상 시간차를 두고 방문하면 20개 이상 구입이 가능하다.

왼쪽부터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판매 글과 앱 대기 화면./ 사진=당근마켓 스타벅스 앱 캡처
왼쪽부터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판매 글과 앱 대기 화면./ 사진=당근마켓·스타벅스 앱 캡처

온라인 중고 판매 플랫폼에는 리유저블 컵 판매 글이 올라왔다. 무료로 제공된 컵이지만 개당 3000~8000원 정도의 웃돈이 붙었다. 컵은 글이 올라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팔렸다. 거래가 파기되면 자신이 사겠다는 이들도 나타났다.

이날 다회용 컵 소진 전에는 개인 컵에 음료를 담아주지 않았다. 기존에는 4단계인 지역에 한해 개인 컵을 받지 않았지만 이날은 전국 매장에서 개인 컵 사용이 제한됐다. 다회용 컵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는 행사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특히 스타벅스는 충성 고객 비율이 높아 한정판 텀블러를 낼 때마다 불티나게 판매됐다. 이미 스타벅스 다회용기를 소지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또 다시 컵을 제공하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스타벅스의 행사가 그린워싱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스타벅스가 그린워싱을 하고 있다”며 “친환경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오늘 같은 행사 날에는 개인 컵은 받지 않는 게 실상”이라고 말했다.

백 활동가는 “리유저블 컵 소재가 플라스틱이라는 점도 문제”라며 “여러 번 쓸 수 있다고는 하지만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쓰레기를 더 양산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을 고려한다면 굿즈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로고를 없앤 일회용 컵을 출시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다회용 컵 사용을 권장하는 것과 동시에 스타벅스의 50주년을 알리는 의미도 지닌다”며 “컵에 담긴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이날에 한해 개인 컵을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컵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생산량은 확실히 줄어들 수 있다”며 “리유저블 컵 사용이 정착되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5년부터는 전국 매장에서 리유저블 컵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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