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수요 둔화 영향···“내년 1분기까지 하락세”
LCD 수익성 악화 전망···OLED 동반 하락 가능성도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하반기 들어 하락세가 이어진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가 낙폭이 이달 확대됐다. TV 수요 감소가 원인으로 하락세는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 업체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LCD 판가 하락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9월 하반월 TV용 32인치 LCD 패널 평균가격은 56달러로 9월 상반월(69달러) 대비 18.8% 하락했다. 지난 6월 하반월에 88달러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중소형 및 대형 LCD TV 패널도 하락세가 이어져 43인치, 55인치, 65인치 등도 전반월 대비 각각 10.5%, 8%, 6.8% 떨어졌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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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적 성수기에도 LCD 패널가 하락 지속 전망

최근 TV 수요 둔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른 시간이 늘었던 작년 상황의 기저효과다. 작년 LCD 패널 가격 상승 원인이었던 수요 증가가 감소로 전환되며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단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수요 급증은 완화됐고, 공급은 수요를 따라잡았다”며 “LCD 패널 가격은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있으며 연말 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TV 시장은 중국 국경절을 비롯해 대규모 할인이 시작되는 블랙 프라이데이·크리스마스 등의 계절적 성수기를 앞뒀지만, LCD 패널가 하락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경절과 연말 성수기 수요는 이미 반영됐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TV 수요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했지만, 작년에 TV 판매가 워낙 좋아서 역기저로 단기 반등은 힘들다고 보고 있다”며 “올해가 지나면 다시 비수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공급 쪽에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LCD 패널가의 단기적인 상승은 나올 것 같지 않다. 야외 활동이 시작되고 있고 하반기에 스포츠 이벤트도 없어서 수요를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워낙 장기화됐고 사람들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상반기 수요에 비해 빠지기 시작했다”며 “그동안 LCD 패널가가 많이 올라서 중국의 세트 업체들은 적자를 봤다.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중국 세트 업체들의 가격 인하 요구가 상당히 거셌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이 떨어지는 폭은 둔화되겠지만, 내년 1분기까지는 하락세이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결국은 작년 수준 밑으로 수렴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컨센서스 하향 조정···“OLED도 하락 가능성”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 업체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7600억원이다. 두 달 전 7820억원에 비해 소폭 하항 조정된 수치다. 증권사들도 LG디스플레이 목표 주가를 낮추고 있다. 키움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은 이달 들어 5~18% 정도 하향했다.

LCD 패널가 하락은 OLED 패널 가격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생산량을 줄이고 OLED 사업을 확대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OLED가 가격을 내리지 않거나 조금씩만 조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LCD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 그렇다”며 “상대적으로 OLED가 혜택을 봤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제 LCD가 많이 빠지기 시작하면 OLED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LCD 시장가가 빠지면 OLED와 격차가 확대되니까 OLED 가격을 올리기 어려워지고 오히려 깎아줘야 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CD 패널가 하락은 OLED 패널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아무래도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LG디스플레이 측은 LCD 판가가 떨어져도 OLED 패널 가격이 동반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OLED 패널가와 관련해 “향후 LCD 가격 변동이 여러 영향은 주겠지만, 그와 연동된 가격 운영은 아니고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가격으로 운영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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