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IP 챙기는 방식 계약···CP, 추가 수익 획득 불가능
투자금 130%에서 최근 마진율 하락하는 추세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제작사(CP)에 제작비 대비 투자비를 줄이고 있어 CP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넷플릭스는 통상 지적재산권(IP) 권리까지 포함시켜 계약을 해 CP는 추가 수익을 낼 수가 없다. 막강한 콘텐츠 유통시장 영향력을 가진 넷플릭스가 콘텐츠 대가 지급액을 낮추다 보니, '재주는 CP가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가 번다’는 말까지 나온다.
27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 초기와 달리 개별 국내 CP에 제작비 대비 투자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국내 CP들은 제작비라도 회수하기 위해 넷플릭스와 계약 체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콘텐츠업계에선 넷플릭스의 강력한 경쟁자인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상륙이 넷플릭스의 투자 방식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그간 넷플릭스는 지식재산권(IP)에 대한 권리를 가져가는 대신 CP에 제작비의 최대 130%에 달하는 금액을 지급해왔다. 그 덕분에 CP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리쿱(제작비 회수)이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도 제작비 회수가 가능했다.
예컨대 넷플릭스는 지난해 영화 ‘승리호’의 제작사 비단길에 제작비에 약 30%를 추가한 금액을 지급하고, 승리호 IP에 대한 권리를 취했다. 이로 인해 콘텐츠 판매 수익은 모두 넷플릭스가 가져갔다. 승리호 제작사는 넷플릭스에서 받은 돈 외에 추가 수익 가능성은 없는 셈이다.
최근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1위를 달성하는 등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게임’ 역시 제작사 입장에서 추가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콘텐츠 제작사가 코로나19 여파 속 제작비라도 회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을 한 셈이지만, 최근 넷플릭스 투자 전략이 변화하면서 CP들의 제작비 회수율이 기존 대비 낮아지다 보니 일부 CP를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제작비가 100일 경우 넷플릭스는 120을 준다고 했는데, 요즘은 훨씬 낮은 수준으로 지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오죽하면 넷플릭스와 계약했던 곳 중에선 넷플릭스와 다시 계약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제작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제작사 입장에서 지금 같은 코로나19 상황에 손해는 아니지만 더 잘 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규모가 있는 제작사들은 ‘버티기 모드’로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며 “승리호도 넷플릭스가 모든 권한을 다 가져갔기 때문에 선방했다고 보긴 어렵다. 오징어게임의 제작비가 200억원 수준인데, 전세계 1위를 할 정도면 넷플릭스가 공개하지 않는 투자 대비 수익률은 엄청날 것이다. 그럼에도 제작사에 대한 러닝개런티는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넷플릭스가 제작비 대비 투자비를 낮추는 가운데, 콘텐츠업계는 디즈니플러스 국내 시장 진출이 넷플릭스 투자 방식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한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컴퍼니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사장은 넷플릭스처럼 국내 정서에 맞는 콘텐츠를 갖춰 출시하겠단 전략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제작사와의 수익 배분과 관련해선 ‘윈윈’을 강조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아직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콘텐츠 제작을 적극적으로 하려는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지만 넷플릭스의 경우에도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들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즈니플러스도 유사한 방식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시장에 넷플릭스에 이은 ‘메기’ 한 마리가 더 들어오는 것이다. (디즈니플러스가) 미국 시장을 봤을 때 넷플릭스의 아성을 위협한 것도 있고, 투자 자본을 고려하면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019년 출범한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의 OTT로 오는 11월 12일 한국 시장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는 글로벌 출시 2년 만에 1억200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지난 2분기 기준 넷플릭스(2억900만명)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같은 기간 디즈니플러스의 신규 가입자 수는 1200만명으로, 넷플릭스의 154만명보다 약 8배 많다.
이같이 가파른 성장세는 강력한 콘텐츠 IP 덕분. 디즈니, 마블, 픽사,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강력한 콘텐츠 IP를 보유한 덕분이다.
디즈니플러스 국내 서비스 구독료는 월 9900원, 연 9만9000원이며, 한 계정으로 모두 7명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다. 여기에 지난 26일 LG유플러스와 인터넷(IP)TV 및 모바일 제휴 계약을 맺은 덕분에 국내 출시 후 가입자 확보도 수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