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3법으로 전세보증금 급등했는데 대출 문턱 높아져
내년 전세계약 갱신 끝나면 전셋값 상승 불 보듯
로또급 청약당첨자도 입주위한 자금계획 어그러져···무주택 실수요자들 맘졸여

서울 모처 아파트 전경. 사진은 참고용으로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서울 모처 아파트 전경. 사진은 참고용으로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은행권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전세자금대출 한도 축소 시행 움직임을 보이자 전세시장 실수요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전세보증금이 임대차3법 시행과 함께 단기간에 많이 올랐는데, 내년에는 갱신 만료와 함께 전세시세가 또 한 번 요동칠 게 예상되는데다가 대출한도까지 줄어드는 추세여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전세 보증금의 증액분 만큼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한다. 예를 들어 보증금 4억원 전셋집에 2억원 대출을 받은 상황에서 보증금이 6억원으로 오른다면 지금까진 새 전세보증금인 6억원의 80%인 4억8000만원에서 기존 대출 2억원을 제외한 2억8000만원까지 추가로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증금 증액 범위인 2억원까지만 추가 대출이 가능해진다. 한도가 축소되는 것이다.

당장 울상짓는 건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당장 집을 옮겨야 하는 수요자들이다. 전세가격 상승과 더불어 대출 규제, 입주물량 감소 등이 겹치면서 전세대란 우려가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기간에 국한된 게 아니어서 수요자들의 부담은 상당히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총량 관리의 시계를 내년 이후까지 확장하고 대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강도 높은 조치들을 지속적으로 시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타 은행으로의 도미노 중단 사태로의 확산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 벌써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세대출은 실수요자가 대부분인데 이 부분까지 축소하면 서민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가’, ‘집값 급등으로 내집 마련도 못해 전세 사는데 이제는 월세로 쫒겨나야 할 판’ 등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대출규제 뿐 아니라 임대차3법 시행도 전세 실수요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원 의원이 내놓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임대차법 시행 전인 지난해 7월 대비 올해 7월 평균 1억3528만원이나 상승했다. 이는 직전해 상승률인 4092만원의 3배를 웃도는 수치다. 가뜩이나 전세보증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재 거주중인 곳에 갱신해 살려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대출은 줄어든 것이다.

특히 지난해 첫 시행한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시점이 내년이라는 점은 엎친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새로 전세계약을 하게 될 물량이 대거 풀리는 내년에는 임대료 인상폭 5%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 만큼 전셋값이 급등하게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한편 이번 대출 한파는 전세대출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집단대출에도 규제가 가해져서 로또와 같은 청약에 당첨되고도 불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는 분양권 소지자들에게 입주시점 시세 대비 40%의 대출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대출제한 조치로 잔금대출 시점에 대출가능 금액을 시세가 아닌 분양가 기준으로 산정하면서 청약당첨자들의 입주를 위한 자금계획이 어그러졌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가계대출 조절 명목이라지만 결국 피해를 입는 건 무주택자들”이라며 “실수요자들에게는 개인의 재무상태나 신용상태에 따라 규제를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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