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비 4.31% 증가···정부 목표치인 5%에 근접
오는 29일부터 가계 대출 한도 축소에 나서
풍선 효과 가능성↑···다른 은행 대출 정책 영향 미칠 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일부 시중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에 근접하면서 은행과 금융당국의 대응에 관심이 모인다. 금융당국은 목표치 수정은 없다며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최악의 경우에는 일부 대출 창구가 닫히는 상황까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6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68조8297조원으로 지난해 말 161조8557억원 대비 4.31% 증가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증가율 목표(5∼6%)에 미치진 않지만 최근 들어 가장 근접한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 7월 말만 하더라도 2.58%에 불과했다. 그러나 8월 말 3.62%로 한 달 만에 1%포인트(p) 이상 뛰었고 이달 들어 0.69%포인트 또 오른 것이다. 연휴 기간을 감안하면 그만큼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다음 달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연 증가율이 5%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이미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7.4%와 5.04%로 금융당국 제시한 목표치를 넘어선 상태다. 

특히 전세자금대출 증가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기준 KB국민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5조3949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8.80% 증가했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전체 주택담보대출(121조2992억원)이 4.03%, 신용대출(37조7825억원)도 올해 들어서만 6.03% 증가했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가계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대표적인 ‘실수요’ 대출로 분류되는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의 한도를 우선적으로 손본다.

전세자금대출의 한도는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제한된다. 예컨대 임차보증금이 최초 4억원에서 6억원으로 2억원 오른 경우 지금까지 기존 전세자금대출이 없는 세입자는 임차보증금(6억원)의 80%인 4억8000만원까지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9일부터는 임차보증금 증액분인 2억원을 넘는 대출이 불가능하다.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의 담보 기준도 ‘KB시세 또는 감정가액’에서 ‘분양가격,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바뀐다.

지금까지는 잔금대출 한도는 대부분 현재 시세를 기준으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등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여유 있게 잔금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저 가격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대부분 분양 가격을 기준으로 잔금대출 한도가 상당 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분양가가 8억원인 아파트의 현 시세가 14억원으로 상승한 경우 14억원이 아닌 기존 분양가 8억원을 기준으로 잔금 대출의 한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에서는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이 제한된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이다. 이 보험에 가입한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는 LTV만큼 모두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다.

이 같은 조치에도 가계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대출 상품 판매 중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수요자 대출을 줄이면서까지 가계 대출 총량을 맞추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는데 그럼에도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NH농협은행처럼 일부 대출 창구가 닫힐 가능성보 배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앞서 NH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7%를 넘어서자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한편 금융당국과 은행의 대출 관리가 지속되면서 주택 실수요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대출 제한이 풍선효과를 일으켜 다른 은행의 대출 증가세를 높일 경우, 이들 역시 대출 제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그만큼 내집마련을 위한 자금 마련에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다.  

KB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신관 /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신관 / 사진=KB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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