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판매, 정액제…페이투윈 BM 대안
북미·유럽은 콘솔 게임이 주력시장
디지털 다운로드 확대로 게임사 비용 절감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국내 게임업체들이 페이투윈(Pay to win)에 기반한 모바일 게임 위기 속에 콘솔에서 새 활로를 찾는다. 이에 더해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의 필요성과 디지털 다운로드 수요도 맞물리면서 콘솔 시장 도전에 나섰다.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시장은 콘솔게임 불모지였다. 게임 이용자가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국내 게임사는 모바일 게임 개발에 주력했다. 무료로 게임을 제공하는 대신 게임 내 아이템을 판매하는 방식의 부분 유료화 모델로 수익을 올렸다.
특히, ‘리니지 시리즈’가 확률형 아이템에 기반한 페이투윈 비즈니스 모델(BM)로 매출 1위를 찍으면서 일종의 성공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됐다. 다른 게임사들도 ‘리니지 라이크’ 게임을 양산하면서 국산 게임은 천편일률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들의 거부감은 올해 초 트럭시위를 비롯해 최근 ‘블레이드앤소울2’ 사태로 나타났다. 이용자들의 피로감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콘솔은 완성된 게임을 판매하기 때문에 BM에 대한 고민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패키지 판매나 유료 다운로드, 월정액과 같은 정액제를 주로 택하고 있다. 콘솔 게임 라인에 주력하는 한 게임사 관계자는 “콘솔 게임은 개발력이 요구되기에 더욱 까다롭지만, BM에 대한 고민을 덜 수 있어 게임 개발에 더욱 집중하기 쉽다”고 전했다.
◇ AAA급 콘솔 게임 도전에 나선 게임사들
크래프톤, 넥슨, 펄어비스, 스마일게이트, 시프트업 등은 콘솔 게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달 넥슨 뉴 프로젝트 쇼케이스에서 신작 ‘프로젝트 매그넘’을 공개했다. 넷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프로젝트 매그넘은 슈터 전투에 RPG 플레이가 결합된 루트 슈터 장르다. 또 콘솔과 PC 간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검은사막’으로 일찍이 콘솔게임에 도전한 펄어비스는 지난달 독일의 게임쇼 게임스컴에서 개발 중인 신작 ‘도깨비’의 최신 영상을 공개했다. 도깨비는 한국적인 소재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도 신작 ‘붉은사막’도 콘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비스 중인 검은사막을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 시리즈X 전용 버전으로 개발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스마일게이트도 게임스컴에서 간판 게임 ‘크로스파이어’의 IP를 기반으로 한 콘솔 첫 타이틀 ‘크로스파이어X’의 트레일러 영상을 발표했다. 크로스파이어X는 언리얼엔진4로 개발 중인 1인칭 슈팅(FPS)게임이다. 스마일게이트는 글로벌 AAA급으로 준비해 ‘고티(Game Of The Year)’ 최대 수상을 노린다는 포부를 밝혔다.
크래프톤이 개발 중인 ‘칼리스토 프로토콜’도 AAA급 기대작으로 꼽힌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서바이벌 호러게임으로, 2320년 목성의 달 칼리스토의 감옥을 배경으로 삼았다. 지난해 더 게임 어워드에서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됐다. 내년 PC 및 콘솔로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시프트업은 지난 10일 플레이스테이션 쇼케이스에서 ‘프로젝트 이브’의 신규 영상을 공개했다. 플스5로 출시 예정인 프로젝트 이브는 멸망한 지구를 배경으로 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고밀도 3D 스캔 시스템과 퍼포먼스 캡쳐 기술 등을 활용해 만든 전투 액션이 특징이다.
◇ 디지털 다운로드 확대로 진입장벽 낮아져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콘솔 게임의 비중은 24.3%로 모바일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의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560억9300만 달러(약 65조원)로 전망된다.
콘솔게임은 국내에서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콘진원에 따르면 콘솔 게임 이용자 수는 2018년 15.4%에서 올해 21%로 성장했다. 국내 콘솔 게임 매출은 올해 1조2037억원으로 작년보다 38.7%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콘진원 관계자는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은 여전히 모바일 시장보다는 작지만,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정도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국내 게임사들의 멀티 플랫폼 대응으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사가 콘솔 게임 개발을 활발히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게임 디지털 다운로드가 가능해지면서 콘솔 진출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게임 패키지를 생산하고 해외 유통망을 따로 확보해야 했다. 그러나 디지털 다운로드를 지원하면서 굳이 패키지로 게임을 생산해 재고를 쌓아 놓지 않아도 된다.
소니의 지난해 게임 매출 중 디지털 다운로드 비율은 65%를 차지했다. 디지털 다운로드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게임사는 과거보다 더 활발하게 콘솔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게임사뿐만 아니라 이용자들도 쉽게 게임을 다운받아서 플레이 할 수 있다.
게임 업계는 페이투윈에 기반한 MMOPRG 장르가 한계를 보이면서 콘솔게임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콘솔이 주류인 북미·유럽에 진출하기 위해선 성장 한계치에 도달한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며 “확률형 아이템에 기반한 과금체계가 생각보다 일찍 위기를 맞으면서 콘솔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