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용기로 맛·재미 살렸지만 조리 번거로워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한강에서 먹던 라면 맛이 가물가물할 지경이다. 코로나19로 한강에서 돗자리 펴놓고 놀지를 못하니 한강라면을 못 먹은 지도 오래다. GS리테일의 자체 브랜드가 이런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채울 상품을 출시했다. 유어스의 ‘끓여먹는 한강라면’이다. 한강에서 먹던 그 맛이 나는지 직접 먹어봤다.
‘끓여먹는 한강라면’은 특수제작된 용기로 한강에서 먹는 것과 같은 라면 맛을 낸다고 한다. 용기는 코팅된 종이 안쪽 하단에 은박을 두른 형태다.
이 상품은 특수 용기와 진라면 매운맛 한 봉지로 구성된다. 가격은 2500원이다. 진라면 봉지면 판매가는 개당 770원이다. 여러 채널을 통해 더 저렴하게도 살 수 있다. 특수용기가 있긴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안내된 조리법대로 라면을 용기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용기의 모서리가 갈라져 있어 멈칫했다. 순간 갈라진 부분이 불량인 줄 알았다. 용기 사이로 물이 흐를까 봐 용기를 전체적으로 살폈고, 원래 용기 디자인이라는 점을 알고 마저 물을 부었다.
전자레인지로 직행해 4분을 눌렀다. 2분 정도 돌아가니 부엌에 매콤한 라면 냄새가 확 퍼진다. 젓가락을 들고 전자레인지 앞에서 대기하던 기자의 입에 군침이 싹 돌았다. 전자레인지를 열자 뜨거운 김이 훅 올라왔다. 뜨거울 것 같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용기를 잡았다.
예상외로 전혀 뜨겁지 않았다. 용기가 상당히 편리하게 설계됐다. 양옆으로 손잡이가 있고 위로는 뚜껑이 닫혀 있으니 뜨거운 김과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을 수 있다. 손잡이를 잡고 라면을 꺼냈다. ‘아 뜨거워!’를 연신 외치며 편의점에서부터 돗자리로 향하던 한강에서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만족스러운 용기다.
맛은 한강에서 먹던 그 맛과 비슷하다. 국물을 흡수한 면이 퍼지지 않고 탱글하다. 집에서 냄비에 끓인 진라면 매운과는 다른 맛이다. 같은 봉지라면으로 이 정도 다른 맛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봉지에 외식전문점용이라고 써 있어 일반 봉지면과 성분을 비교해봤다. 다른 점은 없었다. 단순히 조리법으로 인해 맛이 갈린 듯했다.
다만 꼬들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안내된 방식대로 조리하면 꼬들한 맛은 없다고 느낄 것이다. 기자는 꼬들면을 좋아해서 아쉬웠다. 전자레인지에서 조금 더 일찍 꺼내는 등 조리법을 조금 달리 하면 꼬들한 맛도 함께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뜨거운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도 4분씩이나 돌렸으니 면이 뜨거운 건 당연하다. 뚜껑에 덜어서 먹으려고 했지만 뚜껑 가운데 부분과 양옆에 구멍이 송송 뚫려 있어 무리가 있었다. 뜨거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이라면 덜어 먹을 그릇을 준비하길 추천한다.
맛도 아이디어도 괜찮았지만 2500원씩 지불하고 먹을 만큼은 아니다. 실제 한강에서 파는 라면은 3000원으로 가격은 비슷하다. 그러나 실제 한강 라면은 기계가 알아서 조리해준다. 유어스 라면은 직접 물을 데워서 붓고 전자레인지에 돌리기까지 해야 한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번거롭다. 뜨거운 물에 바로 라면을 끓이는 편이 훨씬 간편하고 시간도 덜 걸린다.
일반 진라면 봉지면 보다 약 1700을 더 내고 맛과 귀찮음을 얻기 보다는 편하게 먹는 쪽을 택하겠다. 한강에서 라면을 먹는 사람들도 그 가격을 지불하고 라면이 먹고 싶어서 보다는 한강에서 먹는 라면이 괜히 색다르게 느껴져서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재구매 의사는 없다. 가성비와 효율성을 고려한 결과다.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쉽게 먹지 못하게 된 한강라면이 그립다면 한 번 먹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