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적 지원 수준에서 영업 활동 유지 방향 갈 듯”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중국 헝다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가운데 중국정부가 직접 금융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단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행정적 지원 수준에서 영업 활동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 주혜원 책임연구원과 권도현 부전문위원의 ‘중국 헝다그룹 유동성 경색의 시장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재벌인 헝다그룹이 이자 지급 중단을 발표하면서 디폴트 가능성과 중국 금융시스템 리스크 확대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헝다는 중국 심천에 본사를 둔 매출 기준 중국 2위의 부동산 개발 회사이다. 1997년 설립됐으며 주로 중상위 소득자를 대상으로 아파트를 판매하고 있다. 헝다는 중국의 부동산 붐을 타고 급속히 성장했으며 식품, 레저, 전기차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다. 

헝다는 고속 성장 과정에서 부채 규모가 3000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으며 수년간 부동산 시장 호조를 이용해 인수합병 등 공격적인 확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중국 정부가 주요 부동산 개발회사의 부채 수준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회사 상황이 급격히 어려워지고 있다. 헝다는 자구책으로 올 상반기 25% 할인 판매와 다양한 자산 매각을 시도했지만 순이익은 29% 감소했다. 

달러채, 위안화 채권, 은행대출,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봤을 때 헝다는 중국을 넘어 아시아 시장에서 갖는 중요성이 상당하단 분석이다. 

헝다가 발행해 시장에 유통 중인 달러채 규모는 약 200억 달러이다. 이는 중국 하이일드 달러채의 16%, 아시아 하이일드 달러채의 11%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하이일드 달러채 발행자이다. 헝다의 위안화 표시 회사채 규모는 540억 위안이며, 역내 채권 시장에서 가지는 중요도는 역외보다는 상대적으로 작으나, 여전히 큰 비중이란 평가다. 

헝다의 대출 규모는 3890억위안이며 은행시스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관리 가능한 수준일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헝다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빠질 경우 중국 은행시스템의 부실채권 비율을 1~1.7%포인트 가량 끌어올릴 것이란 예상이다.

/ 이미지=국제금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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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헝다그룹의 디폴트가 가시화되면서 시장의 단기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채무재조정과 중국정부 대응 등에 따라 부동산 시장과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불안이 전이되면서 중국 리스크가 장기화 할 수 있단 관측이다. 부채 규모가 2조 위안(약 3100억 달러)에 달하는 헝다 기업 규모를 봤을 때 향후 채무재조정 과정과 당국 개입, 영업활동 지속 여부에 따라 위기 확산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봤다.  

중국 당국의 움직임은 아직 유동적인 가운데 보고서는 향후 예상되는 헝다 사태 시나리오를 세 가지 제시했다. 이 중 중국정부가 관여해 질서있는 디폴트를 실현하고 영업활동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성이 높다고 봤다.  

저자들은 “중국정부가 직접적인 금융지원에 나서지는 않더라도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디폴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행정적 지원에는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공급·시공사와의 협상 등을 통해 건설공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자산 매각 등 자구노력을 위한 시간을 벌어줌으로써 질서있는 청산 또는 회생을 도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역외 채권 채무재조정 결과가 현재 시장에 반영된 수준과 유사하다면 추가적인 전이 위험은 제한될 전망이며, 건설중인 프로젝트 등 영업활동을 유지시키는 것이 부동산 시장 전반으로의 위기 확산을 예방하는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헝다그룹의 대규모 부채 등을 고려할 때 시스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중국정부가 직접 헝다에 유동성과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나 실현 가능성은 낮단 분석이다. 또 중국정부가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으면서 무질서한 디폴트와 영업활동 중단으로 헝다가 결국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 또한 희박하다고 보고서는 봤다.

저자들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헝다의 질서있는 디폴트가 이뤄지는 경우에도 역내외 부채 규모를 감안할 때 그 충격은 상당할 전망”이라며 “여기에 최근 중국의 경제활동 둔화와 기업규제 이슈로 인해 중국발 리스크가 장기화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 연구원은 “헝다 채권의 경우 우리나라 기관들이 거의 들고 있지 않은 하이일드 채권이라 국내 금융쪽 영향은 제한적이며 한국물 채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견조한 편이라 어떤 면에선 우량 크레딧으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면도 있다”며 “다만 중국 경기가 헝다 사태를 계기로 나빠질 경우 우리나라도 간접적 여파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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