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추가 유예기간 요구 불수용···금융상품비교 서비스 등 25일 종료 수순
미니보험, 접근성·편의성 확보 필수···플랫폼 협력 성장 전략, 수정 불가피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계도 기간 종료에 따른 핀테크 기업들의 영업 중단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핀테크 업계의 추가 유예 기간 요구에도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금융플랫폼 기업들은 금융상품 비교·추천 등의 서비스를 당분간 제공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기존 전통 금융사들은 규제 역차별 해소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다수 내놓고 있지만 빅테크·핀테크 플랫폼을 통한 미니보험(소액단기보험) 시장 확대를 기대했던 손해보험업계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들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24일 시행된 금소법의 계도기간이 오는 24일 끝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오는 25일부터 모든 금융사들은 실질적으로 금소법의 적용을 받게되며 6대 판매원칙(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금지·부당권유금지·광고규제)을 위반한 곳은 해당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은행, 보험, 카드 등 전 금융권이 상품판매 위축 등 금소법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에서도 금소법으로부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핀테크 업계다. 수년동안 핀테크 업계는 금융당국의 혁신 산업 지원 기조 아래 가파르게 성장해왔지만 금융당국이 최근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업황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제5차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상황 점검반 개최회의’의 결과는 핀테크 기업들의 근간을 흔들어놨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일부 금융플랫폼들이 제공하고 있는 ▲금융상품 정보제공 ▲금융상품 비교·추천 ▲가입 보험상품 분석서비스 등이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적인 중개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금소법에 따라 금융상품판매대리업, 중개업 허가를 받지 않은 핀테크 기업들은 해당 서비스를 중단해야할 위기에 놓였다. 핀테크 업계는 판매대리·중개업 허가나 서비스 개편을 위한 추가 유예기간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금융당국은 지난 22일 금소법 종료 이후 위법소지를 해소할 때까지 서비스를 중단해야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태도에 은행을 비롯한 기존 전통 금융사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의 ‘중개서비스’는 금융사가 빅테크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며 “쇼핑과 같이 네이버, 카카오를 거치지 않고서는 금융상품에 가입하지 않는 시대가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면 기존 금융사들도 어느정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디지털전환 흐름 속에서 이른 바 ‘미니보험’ 서비스를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육성하고 있는 손보업계에서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미니보험은 짧은 가입기간과 낮은 보험료 등이 최대 장점이기 때문에 가입의 편의성, 접근성이 해당 상품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때문에 각 손보사들은 금융소비자들이 가장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지속해왔다.
대표적으로 메리츠화재는 카카오페이와 함께 휴대폰보험, 운동보험 등을 판매했으며 KB손해보험과 NH농협손해보험, 현대해상 등도 카카오페이와 제휴를 맺고 해외여행자보험을 판매해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규제 이후 해당 서비스들은 모두 잠정 중단됐다. 대표적인 장기 상품 중 하나인 암보험도 미니보험 형태로 출시되는 등 미니보험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시장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 장기 보험의 경우 가입자들이 각 회사, 상품 등을 따져봐야하기 때문에 설계사와 상담을 하는 등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며 “하지만 미니보험은 소액이기 때문에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니보험을 주력으로 하는 보험사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플랫폼 기업을 통해 미니보험 판매를 늘리려는 전략을 구상해왔다”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부작용이 어느 정도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