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재산 위탁·운용으로 수수료 수취···연간 2000억원대 시장
2005년 증권사 신탁업 허가 이후 고성장···지난해는 역성장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성남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과 관련해 SK증권이 신탁계약으로 연루되면서 증권사 신탁 업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신탁이란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금융자산, 부동산, 주식 등의 재산을 위탁받고 운용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일이다. 증권사는 2005년부터 신탁 라이선스가 허용됐는데 이후 연간 수탁고만 244조원, 수수료 수입만 2000억원대에 이르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신탁 수수료 1위는 미래에셋증권이다. 하지만 이번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서 SK증권이 제공했던 특정금전신탁에서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 신탁업무 재조명···미래에셋證 ‘1위’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가운데 신탁업무 라이언스를 받은 증권사는 총 21개사로 사실상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신탁업무를 하고 있다.
신탁이란 믿고(信) 맡긴다(託)는 의미로 금전이나 부동산 등의 재산을 특정 목적을 위해 신탁회사에 맡기는 것을 말한다. 재산을 관리·운용·처분한 후 발생한 이익은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고 신탁사는 각종 수수료를 받는다.
신탁은 재산권의 종류에 따라 크게 금전신탁, 재산신탁, 종합재산신탁 등으로 구분되고 금전신탁의 경우 고객이 스스로 투자처를 정할 수 있느냐에 따라 특정금전신탁과 불특정금전신탁으로 나뉜다.
신탁은 금융당국의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지난해말 기준 신탁업 영위회사는 은행 19개사, 증권 21개사, 보험 7개사, 부동산신탁 14개사 등 총 61개사다.
신탁사의 총 수탁고는 지난해말 기준 1경323조원으로 전년대비 68조1000억원(7.1%) 증가했다. 이 가운데 증권사 신탁 수탁고는 244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1조4000억원(4.9%) 늘어났다.
증권사 가운데 신탁업무 수수료 수입 1위는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신탁수수료로만 536억원을 거뒀고 올해 상반기에는 304억원의 수입을 기록했다. 2위권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대비 2배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성남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화천대유)에서 드러난 특정금전신탁 분야에서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앞서 있다. 2019년까지는 삼성증권이 수수료수입 1위를 차지했는데 지난해부터는 NH투자증권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NH투자증권은 156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거두며 124억원에 그친 삼성증권을 제쳤다.
이번에 연루된 SK증권은 사실상 특정금전신탁 사업만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탁수수료 수입은 38억원으로 전체 증권사 가운데 8위다. SK증권 관계자는 “SK증권은 신탁사로서 명의만 제공해주고 시키는대로 이행만 대리해줄뿐 이번 의혹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 증권사 특정금전신탁은 성장 둔화
특정금전신탁은 원래 은행 고유업무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2005년부터 규제완화 차원에서 증권사도 신탁을 할 수 있게 허용해줬다. SK증권의 경우 2011년 신탁업 허가를 받았다.
2005년말 국내 은행 신탁계정 수탁고는 109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규제를 푼 이후 신탁시장은 특정금전신탁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금전신탁 수탁고는 502조6000억원으로 성장했고 이 가운데 96.7%인 486조원이 특정금전신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정금전신탁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특정금전신탁 보수는 총 9923억원으로 전년대비 27.2%(3710억원) 감소했다.
최근 국내 신탁시장은 부동산을 위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부동산 신탁사 수탁고는 277조4000억원으로 1년전보다 20.5%(46조9000억원) 늘어났다.
업권별 신탁시장 점유율로 살펴봐도 은행과 증권사는 47.7%, 23.7%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각각 2.1%p, 0.5%p씩 하락했다. 보험사 역시 1.7%로 0.4%p 하락했다. 하지만 부동산신탁사 점유율은 26.9%로 전년대비 3%p나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