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신성장 동력으로 바이오 택해

오리온홀딩스와 큐라티스의 ‘결핵백신 기술도입 MOU’ 체결식./ 사진=오리온
오리온홀딩스와 큐라티스의 ‘결핵백신 기술도입 MOU’ 체결식./ 사진=오리온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유통업계가 바이오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 사업만으로는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해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선 것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리온홀딩스는 최근 중국 제약·바이오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 국내 백신 전문기업 ‘큐라티스’에 50억원을 투자했다. 오리온홀딩스는 지난 4월 큐라티스와 청소년 및 성인용 결핵백신 기술도입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 투자로 오리온홀딩스는 중국시장에서 결핵백신 상용화에 가까워졌다.

식음료뿐만 아니라 헬스케어까지 종합적으로 포괄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게 오리온의 목표다. 오리온은 중국 국영 제약기업인 산둥루캉의약과 설립한 합자법인을 통해 앞으로도 국내 바이오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는 플렛폼 역할을 할 예정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좋은 기업이 있다면 투자하려고 발굴하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도 바이오사업부문에서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 기준 바이오사업 매출은 23.5%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74.8%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968년부터 바이오사업을 추진해왔다. 기존 해오던 그린바이오사업에 이어 지난해 말 화이트바이오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7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 천랩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인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레드바이오사업을 강화한다.

CJ제일제당은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금 하는 사업이 잘되고 있다고 해서 10년 후에도 계속 잘 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며 “바이오사업은 미래먹거리를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GS리테일을 이끄는 GS그룹도 보톡스 기업 '휴젤'의 지분을 일부 인수하며 의료바이오사업 진출에 출사표를 던졌다. GS는 정유사업 의존도가 높다. 의료바이오는 칼텍스, 리테일 등이 주축을 이뤘던 GS그룹의 기존 사업과 접점이 없는 분야다. 최근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르며 수소차가 대안으로 제시되자 정유사업 의존도를 낮추고자 사업 다각화를 시도한 것이다.

메디톡스가 휴젤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건다고 전해지며 GS그룹의 바이오 진출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GS그룹 관계자는 “소송 건과 관련된 리스크를 사전에 인지해 검토했었다”며 “사업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인수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도 지난 8월 바이오팀을 신설했다. 바이오팀 팀장으로는 상무급 임원들을 임명했다. 바이오팀장을 맡은 이원직 상무는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품질팀장과 DP사업부장을 지냈다. 롯데는 바이오 업체 인수, 제약사와의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통업계가 바이오사업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선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바이오헬스가 하나의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과거에는 바이오가 선택사항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사업 분야”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세계적 유통기업인 월마트도 헬스 앤 웰니스 사업을 하고 있다. 바이오가 이 사업의 기초 산업”이라며 “기업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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