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데믹 우려에 모더나·노바백스, 코로나19·독감 동시 잡는 ‘결합백신’ 개발 착수
SK바사, 노바백스와 결합백신 개발 협력 논의···“내년부터 결합백신 논의 본격화 예상"
범정부지원단 “코로나19 백신 개발 완료 시 노바백스 협력 없이 자체 결합백신 개발도 가능할 것"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최근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 우려가 커지자, 이를 동시에 잡는 결합백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 모더나와 노바백스가 결합백신 개발에 시동을 걸었지만, 현재 코로나 백신 개발에 여념이 없는 국내 업체들에게 결합백신 개발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국내 업체 중 현재 백신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결합백신 개발을 위해 노바백스와의 협력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바백스 백신 / 사진=연합뉴스
노바백스 백신. /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노바백스는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예방하는 일명 결합백신(트윈백신) 개발을 위해 후보 물질의 초기 임상연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임상시험은 코로나19 감염 후 회복했거나 최소 8주 전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50세 이상 성인 640명을 대상으로 호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노바백스는 현재 개발 중인 자사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NVX-Cov2373)과 독감 백신(NanoFlu) 조합이 전임상 연구에서 인플루엔자 A와 B 모두에 강력한 반응을 이끌어냈고,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보호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노바백스에 이어 9일 모더나도 기존에 연구해 온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에 다른 호흡기 질환 백신을 결합해 6~12개월 내 임상시험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노바백스가 결합백신 개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자 업계에선 SK바사도 결합백신 개발에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코로나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한 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코로나 백신 개발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인데, 현실적으로 결합백신까지 개발할 여력이 없다”며 “국내 업체 중에서는 아무래도 노바백스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SK바사가 참여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업체는 SK바사를 비롯해 10여곳에 달하지만, 결합백신 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곳은 SK바사가 유일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스카이 / 사진=연합뉴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스카이코비드19' 백신.  /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도 SK바사의 결합백신 개발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더나나 노바백스는 그동안 백신 연구를 오랫동안 해온 회사들이지만, 국내 업체들은 경험이 부족해서 결합백신에 대한 기초연구는 가능해도 본격적인 임상까지 가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그래도 국내 업체 중에서는 백신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SK바사가 먼저 스타트를 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와 SK바사는 지난 5월 노바백스와 코로나19·독감 결합백신 개발 협력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유주헌 코로나19치료제·백신개발범정부지원위원회 총괄팀장은 “지난 5월 MOU 체결 이후 기본적인 연구 협력과 방향에 대해서는 SK바사와 노바백스 두 업체 간에 이미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올해는 두 업체 모두에게 더 시급한 코로나 백신 개발과 승인에 치중할 테지만, 내년엔 결합백신 개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바사 관계자도 “현재 결합백신에 대한 기초연구 진행 등 노바백스와 개발 협력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부분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유 팀장은 “코로나 백신 개발만 완료된다면, 이미 개발된 두 백신을 조합하는 결합백신 개발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노바백스와 협력하고 있는 국내 업체는 현재 SK바사가 유일하지만, 앞으로 국내 업체들이 코로나 백신 개발에 속속 성공한다면 노바백스와 협력하지 않더라도 자체적인 결합백신을 개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코로나 백신뿐 아니라, 결합백신에 대한 개발 협력을 희망하는 국내 업체들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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