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저축은행, 예금금리 인상 ‘러시’···업계 평균 금리도 상승세
인터넷전문은행 참전으로 경쟁 ‘격화’···시중은행, 특판 등 대응 움직임 ‘미미’

한 시중은행 영업점의 모습/사진=연합뉴스
한 시중은행 영업점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금리 인상기를 맞아 저축은행업계와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앞다퉈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며 예금확보 경쟁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만이 유독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시중은행들이 금리 인상기에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고금리 특판 상품 등을 선보였으나 아직까지는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가계대출 영업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굳이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서까지 예금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오는 투자 열풍 때문에 정기 예금, 적금에 대한 고객 수요가 이전에 비해 줄어든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인상된 이후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예·적금 금리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이달 초 정기예금(이하 12개월 기준) 금리를 기존 연 2.2%에서 연 2.5%로 0.3%포인트 높였으며 업계 2위 OK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8일 정기예금 금리를 2.0%에서 2.2%로 0.2%포인트 인상한 후 17일 2.5%로 한 차례 더 상향 조정했다. 3위 웰컴저축은행도 정기예금 금리를 2.15%에서 2.4%로 0.25%포인트 올렸다.

저축은행 업계의 전체적인 평균 금리도 단기간 내에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 1일 기준 저축은행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2.14%였으나 지난 16일 2.2%로 0.0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달 16일 기준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2.11%로 한 달만에 0.09%포인트가 올랐다.

내달 4일 출범을 앞두고 있는 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는 이러한 예금고객 확보 경쟁에 더욱 불을 붙였다. 토스뱅크는 지난 10일 정기예금이나 적금이 아닌 수시입출금 통장에 2%대 금리를 지급하는 수신상품을 선보이며 사전신청을 시작했고 이는 고객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토스뱅크 사전신청 고객은 단 3일만에 50만명을 돌파했으며 약 일주일이 지난 현재 60만명에 달하는 고객을 확보했다.

토스뱅크뿐만 아니라 케이뱅크 역시 지난달 정기예금 금리를 1.20%에서 1.40%로 0.2%포인트 높였으며 카카오뱅크도 지난 8일 1.20%에서 1.50%로 0.3%포인트 인상했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저축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 경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현재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기본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 금리는 0% 후반대에서 1% 초반대에 그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금리인상기때 경쟁사들이 예금금리를 인상하면 고금리 특판 상품 등을 통해 고객 이탈을 방지해왔으나 아직까지는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오는 20일부터 내달 3일까지 20일 동안 ‘KB Star 정기예금 특별금리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12개월 기준 금리가 1.2%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의 일반 정기예금에 비해 낮은 모습이다.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예금 고객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고 하더라도 사용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권 가계대출 영업에 강도 높은 규제를 가하고 있으며 각 은행들은 가장 큰 수익원 중 하나인 가계대출 영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수익이 정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높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자연히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예·적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단순히 고객을 확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힘들다”며 “대출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예대율 관리도 크게 어렵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 같았으면 디지털 고객 확보 차원에서라도 예·적금 특판 등을 내놨을 수 있지만 이제는 각 은행들이 애플리케이션 고객을 어느정도 모은 상황”이라며 “고객들이 (앱 내에) 얼마나 머무르게 하는지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더욱 특판, 이벤트들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오는 전국민적인 투자 열풍으로 인해 정기예금, 적금 등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 자체도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자유롭게 입출금하면서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굳이 특판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주식, 암호화폐, 공모주 등등 다양한 방식의 투자가 고객들 사이에 유행을 했다”며 “정기예금 상품의 경우 대부분 1년 이상 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최근의 재테크 흐름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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