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보호 외면 비판·정치권 압박 등 부담···“법리적 측면에서 추가 판단 필요”
금융사 대상 CEO 중징계 입장 고수···금융사와 갈등 재점화 우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금융감독원이 장고 끝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의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징계 취소 행정소송을 2심까지 끌고 가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17일 금융위원회와의 긴밀한 협의와 내부 검토, 법률 자문 등을 거쳐 손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문책경고 등 취소청구의 소’ 1심 결과에 대한 항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7일 1심 재판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 행정 11부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금감원에게 손 회장에 대한 징계를 조정하도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리적 측면에서 추가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검사 제재 및 제도 개선에 활용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번 항소와 별개로 앞으로도 금융시장과의 소통 및 금융감독 지원을 유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송 과정에서의 사법적 판단도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의 이번 결정은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여진다. 금감원이 많은 수의 피해자들을 양산한 DLF사태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중간에 포기하는 결정을 할 경우 소비자보호 가치를 외면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정치권의 압박 역시 항소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4일 정무위원회 소속의 이용우 의원을 비롯한 12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금감원은 빠른 시일 내에 항소를 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항소를 포기하는 것은 금감원이 자신들의 제재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제재 조치에 참여한 사람들은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금감원이 항소를 포기해 1심 판결이 판례로 굳어진다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 마련과 감독당국의 금융기관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는 사실상 어렵게 된다”며 “이는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이번 결정이 정은보 금감원장이 취임 당시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 시절 지나친 중징계 남발로 문제시됐던 금감원과 금융사 사이의 갈등 구도가 다시 한 번 형성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전적 감독을 통해 위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사후적 제재를 최소화할수 있도록 사전, 사후적 감독을 조화롭게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의 항소 결정과 관련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감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향후 항소심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금융감독당국의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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