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대출 규제 본격화···8월 주택 매매 심리지수는 사상 최고
“공급 부족으로 나타난 현상”···“조사 성격상 시장 흐름에 추종하는 흐름”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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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에도 최근 주택 매수 심리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유동성 파티가 끝나가고 있지만 공급 부족으로 매도자 우위 시장 흐름이 계속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소비 심리 조사 과정상 미흡한 점도 있어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과 주요 은행들의 대출 규제 움직임에도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들끓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가 전날 발표한 8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조사 결과를 보면, 부동산시장(주택+토지) 소비심리지수는 전국이 127.8로 전월(126.4) 대비 1.4p 상승했고, 수도권은 132.3으로 전월(130.9) 대비 1.4p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의 경우 수도권은 전월 대비 2.1p 오른 148.4를 기록하며 2011년 7월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국도 지난달 139.9에서 1.5p 오른 141.4로 2015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기준 금리를 0.25%p 인상했고,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도 금융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이른바 유동성 파티가 끝나는 분위기다. 유동성을 옥죄면 부동산 시장은 움츠러드는게 일반적인데 매수 심리가 역대 최고란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공급 부족으로 매도자 위주 시장이 전개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매도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워낙 강하단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내년에 입주 물량이 반토막 나는데 공급이 줄면 전세값이 오르고 이로인해 매매값도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많이 커져있다”며 “이로인해 매물이 잘 안 나오고 나오더라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집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에 나온 매물을 매수자가 한두건 거래하면 이게 시장가격으로 결정되고 집값이 급등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이어진단 것이다. 유동성을 통제하더라도 전세 가격이 치솟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사는 경우가 나오기에 집값 상승을 멈추게 하긴 어렵단 진단이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실제 매수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단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심리지수는 부동산시장의 소비자인 일반가구와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영업지역이나 거주지역의 부동산 가격과 거래에 관련한 동향과 전망 등 심리를 파악할 목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전국 152개 시·군·구 6680가구와 중개업소 2338곳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산출한다. 

매수와 매도심리를 종합해 계산하는데 정확도가 떨어진단 지적이 나온다. 조사 대상인 부동산 중개업소는 추정하는 경향이 강해 오를 땐 더 오른다고 하고 내릴 땐 더 내릴 것이란 응답이 많단 것이다. 고 원장은 “중개사들은 미래를 예측하기 보단 현재나 과거 상황을 인식하고 답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참고할만 하지만 절대적으로 신뢰할만한 지수는 아니다”며 “시장 흐름에 추종하고 동행하거나 후행하는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권건우 국토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일반 가구는 부동산 시장 움직임에 대해 응답을 덜 할 수 있고 중개업소는 현장에 있다보니 더 민감하게 느끼고 과하게 말할 수 있다”며 “가격은 자기집에 대한 평가도 하고 인근 주택에 대한 평가도 하는데 통계적으로 오차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은 보정되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통계적 유의성을 보기 위해 확보돼야 하는 표본에 부족한 면이 있다고 봤다. 부동산 시장이 국지적 움직임이 있고 최근엔 단지별로도 움직임에 차이가 있어 시군구 단위로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는 시도단위로만 제공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주택시장 주요지표인 가격과 거래를 분리해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권 연구원은 “가격과 거래량이 합쳐져서 전반적 시장상황을 나타내기 때문에 가격 측면과 거래 측면을 나눠 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전반적 시장 상황과 지역을 세분화한 자료 등으로 통계를 다양화하고 거래와 가격 측면을 분류해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에 따른 가중치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단 분석이다. 소비자심리지수 조사 과정에서 문항별 지수와 하위시장별 지수를 결합할 때 가중치를 사용하고 있다. 지수 구축 당시 시장 상황과 조사 상황을 참고해 부여된 가중치는 조사기간이 경과됨에 따라 현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단 것이다.

현 상황에서 부동산 소비 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선 단기 공급을 늘리는 게 우선이란 진단이다. 내가 살고 싶은 지역에 단 시간 내 주택공급이 보이질 않으니 심리가 진정되지 않는단 것이다.

고 원장은 “기존 정부 개발 발표지인 과천, 태릉 등은 주민과 지자체 반대에 표류하고 있는데 정부는 임기말이다 보니 설득 노력이 보이질 않는다”며 “오피스텔 규제 완화 등 단기 공급 확대 방안이 나왔는데 양재동 화물터미널, 대치동 세텍, 서부트럭터미널 등 서울 내 유휴 부지를 적극 개발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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