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 자사주 매입발표···역대급 실적에도 주가는 1년전 수준
삼성·NH투자증권 주가는 실적 증가만으로도 꾸준히 우상향
미래에셋증권 낮은 ROE가 발목···별도실적 부진도 악영향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또 한 번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역대급 실적행진과 계속되는 주가부양 시도에도 불구하고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잠시 상승세를 탔던 주가는 어느덧 1년전 수준으로 회귀한 상태다.

이를 놓고 미래에셋증권의 경쟁사 대비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 때문에 주가가 쉽사리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과 달리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최근 1년 동안 늘어나는 실적과 높은 ROE 덕분에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당이 중요시되는 증권주 특성상 연결기준 실적이 아니라 별도기준 실적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 미래에셋증권 자사주 매입···이번에는 성공할까

16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날 회사는 이사회를 열고 약 1000억원 규모의 보통주 및 2우선주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이번에 취득하는 주식은 보통주 1000만주, 2우선주 300만주로 각각 유통주식수의 약 2.04%, 2.14%에 해당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17일부터 12월 16일까지 3개월 동안 장내에서 매수를 마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를 타며 1만원을 넘어섰지만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지난 8월 9일 이후 9000원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이날 8680원으로 장을 마치면서 1년전 9180원 대비 5.4% 하락한 상태다.

주가흐름과 달리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와 올해 역대급 실적행진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83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7078억원에 그친 한국투자증권을 제치고 국내 1위 순이익 증권사로 올라섰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각각 2968억원, 35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상반기에만 653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자기자본 역시 상반기말 10조1402억원으로 늘어나며 10조원 벽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증권이 주가부양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와 올해 주가부양을 위해 여러 가지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고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역시 올해 1월 미래에셋증권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에만 네 차례에 걸쳐 자사주 350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지난 3월 1300만주, 6월 1600만주, 7월 1500만주, 11월 600만주 등 총 5000만주를 사들였고 1차로 사들인 1300만주는 소각했다.

올해도 1월 1000억원을 들여 1050만주를 사들였고 2월에는 1000만주를 소각했다. 지난달에는 이사회를 열고 2021회계연도부터 3년간 주주환원 성향을 최소 30% 이상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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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되는 삼성·NH투자證···ROE·별도실적 영향?

미래에셋증권과 달리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주가는 별다른 주가부양 노력 없이도 최근 1년동안 고공행진하고 있다.

삼성증권 주가는 지난해 9월 3만원을 밑돌았지만 이후 꾸준히 우상향하면서 최근에는 5만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NH투자증권 주가 역시 지난해 9월 9000원을 하회했지만 이날 종가기준 1만32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처럼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507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증권업계 5위에 그쳤지만 올해는 1분기 2890억원, 2분기 2645억원 등 상반기에만 총 55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상반기만에 지난해 전체 순이익을 넘어선 것이다. 증권업계 순이익 순위도 미래에셋증권(6532억원), 한국투자증권(5834억원)에 이은 3위로 뛰어올랐다.

NH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당기순이익 5769억원에서 올해는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2574억원, 2705억원씩 총 52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상반기에 기록했다.

삼성증권이나 NH투자증권과 달리 유독 미래에셋증권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배경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시선이 우세한 편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연환산기준 ROE는 지난해말 8.93%에서 올해 상반기말 13.15%까지 상승했지만 삼성증권(19.1%)이나 NH투자증권(18.0%)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별도기준 실적을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과 다른 증권사의 실적 격차는 거의 없어지거나 역전된다. 증권주는 고배당이 장점인 업종이고 일반적으로 배당에는 연결실적보다 별도실적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

별도기준으로 미래에셋증권은 1분기에 2480억원, 2분기에 1913억원 등 상반기에 43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투자증권(5546억원), 삼성증권(5379억원), NH투자증권(4884억원)에 이은 4위다.

미래에셋증권의 상반기 별도기준 연환산 ROE는 9.6% 수준으로 업계 하위권이다. 반면 삼성증권의 별도기준 연환산 ROE는 20%, NH투자증권은 16.9%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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