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총서 분할 안건 통과, 80.2% 찬성···신설법인 내달 1일 출범
IPO 시점 미공개, 재원 조달 다양화 가능성···주주환원정책 등 고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부문 SK배터리(가칭)가 다음 달 1일 출범한다. 배터리 사업 성장성을 고려해 투자한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지 주목된다.
SK이노베이션은 1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 및 석유개발사업(E&P)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을 찬성률 80.2%로 통과시켰다.
이와 더불어 ▲지배구조헌장 신설 ▲이사회 내 위원회 명칭 변경 ▲이익의 배당은 금전, 주식 및 기타의 재산으로 할 수 있는 조항 신설 등 일부 정관 개정 안건도 97.9%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번 임시주총 승인으로 신설법인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와 ‘SK이앤피주식회사(가칭)’는 다음달 1일 공식 출범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들 신설법인의 지분 100%를 갖게 된다.
배터리 신설법인은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생산, 전기차 배터리 서비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등을, 석유개발 신설법인은 석유개발 생산·탐사와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을 각각 수행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는 “배터리 사업 독립법인 체제를 빨리 정착 시켜 필요한 시점에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는 준비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투자지원 조달과 관련된 유연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독립법인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올해 아니다” IPO 시점은 비공개···SK이노, 주식가치 희석 의식한 듯
사측은 재원 조달 방안으로 꼽혔던 기업공개(IPO)에 대해서는 보수적 접근 시각을 내비쳤다. 이번 분할이 배터리 생산능력 확장을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의 목적이 큰 만큼 물적분할 직후 IPO로 나설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 어긋난 셈이다.
이번 분할로 배터리 사업 성장성을 기대하고 SK이노베이션에 투자했던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5% 가까이 급락했다.
김 대표는 SK배터리의 IPO 시점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안에 여러 사업들이 묶여있어 배터리 사업의 가치(Value) 자체를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적정한 벨류를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IPO를 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 IPO는) 어려울 것 같다. 좀 지켜봐야 한다”며 “자금조달 방안으로서 IPO를 배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조달방안들도 많다. 회사에도 주주들에게도 유리한 방향을 보면서 IPO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소액주주의 불만을 달래고자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주주환원정책 검토에도 돌입했다. 지난해 10월 전지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한 LG화학도 ‘배당성향 30% 이상, 2022년까지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 이상 현금배당’이라는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실적이 가시화한 후 구체적 주주환원정책 방향을 말하겠다”고 말했다.
배터리 사업 IPO 과정에서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 주식 일부를 배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날 주총에서 주주 이익배당을 현금뿐만이 아니라 주식과 기타의 재산으로 할 수 있는 안건 역시 통과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배당 재원을 다양하게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이해해달라”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실적이 가시화할 때 구체적 주주환원정책 방향을 말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