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사망시, 유족 중 선순위자 1명에게 보상금 지급
4남매 중 셋째이자 장남인 A씨, 선순위 유족 등록해달라며 소송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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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독립유공자인 아버지를 30년 이상 부양해 온 아들을 보훈당국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승재 판사는 A씨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독립유공자 선순위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4남매 중 셋째이자 장남인 A씨는 2019년 10월 독립유공자인 아버지가 사망하자 자신이 주로 부양을 해왔다며 독립유공자 선순위 유족으로 지정해 줄 것을 신청했다.

독립유공자법에 따르면, 독립유공자가 사망한 경우 그 유족 중 선순위자 1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한다. 보상금을 받을 유족의 순위는 배우자, 자녀, 손자녀, 며느리의 순서다. 만일 같은 순위자가 2명 이상일 경우 유족간의 협의로 지정된 1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 우선한다. 독립유공자를 주로 부양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람이 우선순위가 된다.

하지만 서울보훈청은 2020년 3월 “아버지는 자가에 거주하며 애국지사로서 보상금을 받고 있었으므로, 원고(A씨)의 경제적 부양 없이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다”며 “원고가 사회통념상 자녀로서 기대되는 일반적 도리를 넘어 아버지와 생활 공동체를 이루어 아버지의 삶에 특별히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거부했다.

A씨는 “아버지와 평생 동거하며 돌아가실 때까지 성실히 간병하고 부양했다”면서 “독립유공자법이 규정하는 ‘독립유공자를 주로 부양한 사람’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다른 판단을 내린 서울보훈청의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이 판사는 “A씨는 결혼하기 전부터 아버지와 함께 살아왔고, 1987년 4월 결혼한 이후에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함께 거주하면서 부양했다”며 “A씨의 아버지는 2008년부터 각종 만성 질환 등으로 보훈병원에서 수술과 통원 치료를 받았는데, 치료기간 중 대부분을 A씨가 함께 병원을 방문하거나 아버지의 간병을 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아버지 사망 당시 평소 앓았던 질환을 고려하면, 아버지는 상당한 정도의 간병 및 부양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A씨 외에 참가인을 포함한 다른 가족들이 아버지를 부양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며 “A씨의 배우자가 모범적인 봉양사실로 은평구에서 표창장도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A씨와 배우자가 아버지를 성실히 부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아버지는 평소 가족에게 A씨가 보훈보상금을 지급받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2016년 5월 국가보훈처에 ‘30년간 자신과 배우자를 부양한 A씨가 본인의 사망 후 보훈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질의하기도 했다”며 “아버지는 장기간 자신을 부양한 A씨가 보훈보상금을 지급받게 되기를 강하게 희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뤄진 보훈청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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